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립영상자료원/이형기(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립영상자료원/이형기(메아리)

입력
1994.05.12 00:00
0 0

 85년 한국일보는 광복40주년을 맞아 2페이지에 걸쳐 영화특집을 내보낸 일이 있다. 5인의 영화평론가에게 의뢰해 광복후 40년간 제작된 한국영화 3천5백여편 가운데 베스트 10을 뽑아 소개하고 10편의 영화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기획이었다. 선정결과는 이만희감독(1930∼75)의 「만추」(66년·흑백)를 비롯, 「오발탄」 「피아골」 「만다라」가 5인평론가의 만점(5표)으로 작품베스트 10에 뽑혔고 「안개」 「물레야 물레야」 「자유만세」등이 4표로 뒤를 이었다. 그해 영화진흥공사도 뒤따라 「광복40년 한국영화베스트 10」을 영화평론가들의 투표로 선정했는데 「만추」가 「오발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두가지 조사로 볼 때 이만희감독의 「만추」는 광복후 한국영화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지금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이만희감독주간」이 열리고 있다. 그가 생전에 만든 49편 가운데 대표작 10편을 선정, 5월 한달동안 영화학도와 일반인에게 보여주는 영화제이다. 그런데 대표작 10편 가운데 「만추」가 들어 있지 않다. 필름이 없기 때문이다. 85년 본지가 특집을 꾸몄을 때도 선정만 했을 뿐 독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시네마테크(영화필름보관소)의 현주소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자료원에 보관돼 있는 극영화 원음판(네거티브필름)은 93년말 현재 2천2백51편. 1919년 「의리적 구투」 이후 지금까지 만들어진 한국영화 4천6백41편의 반에도 못미치는(48·5%) 수량이다. 광복전 극영화필름은 92년 찾아낸 「망루의 결사대」(43년)등 3편이 고작이고 외국영화필름은 전무한 형편이다. 예산과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예산은 12억원, 인원은 19명인데 필름복원에 필요한 기술자는 한 명도 없다.

 영상자료원은 영화학도들이 필름을 통해 영화를 배운다는 점에서 영화학교라 할만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영화학교는 교재가 너무나 빈약하다. 보관중인 프린트필름 9백여편중 상영이 가능한 것은 4백여편 정도라니 더욱 옹색함을 느낀다. 영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부재를 다시한번 실감케 한다.

 영상자료원을 명실상부한 시네마테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관계법의 개정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재단법인인 영상자료원을 국립으로 승격시키고 국립도서관처럼 필름납본을 제도화해야 한다. 영화제작사에는 보관하기 까다로운 원음판의 위탁보관과 프린트 1벌의 납본을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영상물을 자원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기록보존소 국립영화제작소 관광공사 방송사등에 흩어져 있는 영상자료를 한데 모으는 국립영상자료원이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2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