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사태연루 미얀마 쿤사로 탈출/마약단 살인위협쫓겨 다시 태국은신/KNCC서 지원결정 청와대에 청원서 마약왕국 쿤사지역에서 중국어교사로 일하다 살인명령에 쫓기고 있는 북한출신 동포일가족이 최근 한국정부에 구명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내왔다.
89년 중국 천안문사태에 연루돼 미얀마를 거쳐 쿤사지역으로 탈출, 중국어교사로 일하던 문충일씨(56)가족 4명은 마약정보를 빼돌린다는 의혹을 받아 생명의 위협을 당하자 태국으로 탈출해 한국정부에 구명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지난 2월28일 문씨의 자필탄원서를 받고 검토를 거듭한 끝에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최근 김영삼대통령에게 문충일씨 일가족 구명을 호소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KNCC는 이 청원서에서 『악명높은 마약군벌의 살인위협에 쫓기면서도 한국에 오겠다는 신념으로 온갖 두려움을 참아내고 있는 문씨가족을 우리 정부가 동포애로 따뜻이 맞이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마약왕」 쿤사는 태국국경과 접한 미얀마의 「호몽」을 거점으로 정부형태의 마약조직을 갖춰 미얀마정부에 독립을 선포할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보유하고 있다.
평북용천이 고향인 문씨 가족이 쿤사지역으로 피신해 들어간것은 89년 중국천안문사태 직후. 상당한 재력가였던 문씨의 부친은 40년 일제의 압제를 피해 만주로 이주했고, 때마침 불어온 중국공산당의 유산계급 검거선풍을 피해 내몽고로 쫓겨 들어간것이 천안문사태에 연루되는 계기가 됐다.
내몽고에서 서울로의 탈출계획이 동료의 밀고로 누설돼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문씨는 개방을 표방한 중국으로 넘어가 89년 천안문 대규모시위에 적극 가담했다. 그 후 미얀마로 쫓겨 들어가게 됐고, 이곳에서 쿤사의 눈에 뛰어 중국어교사로 일하면서 마약의 황금삼각지대인 이곳의 비밀정보를 접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으로의 탈출을 끊임없이 모색하던 문씨의 행동이 조직내에 알려지고, 중국인으로 위장한 신분이 탄로되자 마침내 「배신은 죽음」이라는 마약군벌의 철칙을 무릅쓰고 탈출을 감행한것이다.
문씨는 탄원서에서 『쿤사측이 한국어를 잘 한다는 이유로 한국에 헤로인 판매루트를 개척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상당량의 마약정보를 제공해와 쿤사지역의 실상을 잘 알게 됐다』며 이 점이 쿤사가 자신을 살해하라고 교사한 이유라고 말했다.
KNCC는 정부측이 문씨가족이 우리 국적이 아니어서 법적 해결책은 없다고 말하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난민 지위를 부여, 긴급피난 형식으로 국내로 이주시킬 수도 있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KNCC에 의하면 문씨는 현재 태국의 한 소도시에서 한인선교사와 오퍼상의 도움으로 은신중이다.【황유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