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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디서 뭘하는지…”/민자서 보는 청와대비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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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디서 뭘하는지…”/민자서 보는 청와대비서진

입력
199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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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정보혼선… 조정기능 못해/비선중시 의사결정구조도 문제 김영삼대통령이 청와대비서진의 업무소극성과 현안대처능력의 부재를 질책한 지난 6일 민자당관계자들은 두가지 반응을 나타냈다. 하나는 비서진의 팀워크와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구와 편제의 제약에 따른 역할한계를 지적한 것이었다.

 한 핵심당직자는 지난4월의 조계종사태부터 최근의 농안법파동에 이르는 일련의 정책난맥상을 진단할때마다 『역설적이지만 과거 정부가 안기부를 중시한 이유를 이해할 것같다』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였다. 권력기반의 첨병역을 담당하며 정치사찰과 공작·조작등 온갖 역을 맡아와 현정권출범후 개혁대상 1호가 됐었지만 나름대로 「순기능」도 있었다는 얘기다.

 이 당직자가 말하는 순기능은 요컨대 정책조정기능이다. 이른바 「조정관」이라는 이름으로 각 부처에 파견된 안기부요원들이 보고해오는 「상황」을 종합해 부처간 잡음이나 마찰, 갈등등을 사전조정했는데 안기부의 위상을 대폭 축소한 지금 그 역할이 「행방불명」됐다는 것이다.

 6공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한 의원은 또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이회창전총리의 경질파동때 「총리론」에 대한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대통령중심제 체제에 부합하려면 청와대가 결코 「작아져서는 안된다」는 요지였다. 그는 1천3백여명이 근무하는 미국의 백악관을 예로 들면서 2백여명 안팎에 불과한 현재의 청와대진용은 취약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좀 더 풀어 말하면 안기부가 정권의 보위역을 담당하던 시절엔 청와대가 그정도 인원으로도 국정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안기부를 권력유지의 주요축에서 배제시킨 지금 『청와대가 각부처에서 무엇이 진행되는 지 파악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상의 두 얘기는 결론적으로 『청와대나 총리실 어디에도 국정의 총괄조정을 담당하는 기구가 없고 현실적으로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김대통령은 UR협상파문과 관련, 김량배농림수산장관을 교체하면서 『국민과 대통령을 속였다』고 화를 냈지만 민자당의 보다 심각한 인식은 『속일 수 있는 구조가 제도화돼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1년간의 유예기간까지 둔 농안법문제를 시행10여일전에야 알아 정책의 신뢰성을 재차 훼손시킨 것이나 조계종사태의 파장을 충분히 예견하지 못해 뒤늦게 허둥댄것 등은 정책조정기능의 부재를 드러낸 단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하지만 여권의 고민은 정작 이런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당장 유효한 「처방전」이 없다는데 있다. 청와대나 총리실에 그같은 기능을 맡긴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다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안기부기능을 새삼 강화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이와 함께 당직자들은 종종 공식채널이 배제되는 청와대의 의사결정구조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김대통령특유의 비밀주의와 감의 정치에 기인한 바 크지만 금융실명제 등 주요정책이 비선라인에서 결정된다든지 수석비서관회의가 보고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견해가 상당하다.

 『중요정책을 누가 주도하고 어디서 입안되며 책임소재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게 북한벌목공문제 등에서 그대로 표현됐다』는 한 당직자의 푸념은 이런 상황을 압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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