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극한적 가난 체험 형상화/「인간의 얼굴을 가진 돼지만 되면/밥이 있고 잠자리가 있는 곳… /내 또 하나의 자궁이었던 감옥」 소외된 사람들의 빈곤과 무력감을 음습하고 동물적인 상상력으로 형상화했던 시인 김신용씨(49)가 장편소설 「고백」(전2권, 미학사간)을 펴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소년원과 감옥을 드나들고, 돈 때문에 매혈을 하는 극한적인 가난을 경험한 그는 43세에 「현대시사상」에 「양동시편―뼉다귀집」을 발표하며 등단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시집 「버려진 사람들」과 「개같은 날들의 기록」은 삶의 근원, 노동의 과정을 탐구함으로써 80년대의 박노해나 백무산의 시와는 또 다른 노동자의 내면을 보여주었다.
그의 이번 첫 소설 「고백」에는 「인간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는 부제의 의미가 『한 인간이 배고픔 앞에서 퇴화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고백」이라는 제목에 나타나듯이 이 소설은 형이상학적인 시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자신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때 나는 사흘 전에 교도소에서 출감했었고 갈 곳이 없었다. 내 생애의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도리어 그곳이 그리웠다. 감옥이라는 곳은, 내가 인간의 얼굴을 가진 돼지만 되면 밥이 있고 잠자리가 있는 곳이 아니었던가. 밥이 있고 잠자리가 있는, 내 또 하나의 자궁이었던 감옥. 그 자궁 속에 잉태되어 나는 다시 서성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역을 서성이고 있었다>그때 나는 사흘 전에 교도소에서 출감했었고 갈 곳이 없었다. 내 생애의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도리어 그곳이 그리웠다. 감옥이라는 곳은, 내가 인간의 얼굴을 가진 돼지만 되면 밥이 있고 잠자리가 있는 곳이 아니었던가. 밥이 있고 잠자리가 있는, 내 또 하나의 자궁이었던 감옥. 그 자궁 속에 잉태되어 나는 다시 서성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역을 서성이고 있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온 주인공 「시부랑탕」은 서울역 앞 부랑자들과 어울린다. 소년원과 감옥을 전전하면서 밑바닥 인생의 질서와 권력에 눈을 뜨고, 생존방법도 알게 된다.
매혈을 하고, 동성연애자와 기숙하면서 목숨을 부지해 나간다. 철거반원, 촬영현장의 엑스트라까지 온갖 험한 일을 하던 그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연탄난로를 안고 자다가 연탄가스에 중독되고 만다.
겨우 살아난 그는 옴이 붙어 구걸도 할 수 없다. 간신히 적십자병원에 가 옴을 치료하고, 결국은 남근까지 절단해 팔아 음식을 얻는다. 병원을 나오면서 우연히 발견한 지게를 갖고 그는 인생의 희망을 얻는다.
15세부터 25세까지의 체험을 담은 이 소설을 쓰면서 작가는 『과거를 떠올린다는 게 무척 곤혹스러웠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인간이 자본축적의 방법으로 전락하는 과정, 상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했다. 장 주네의 「도둑일기」처럼 밑바닥 삶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도 때로는 적지 않은 위안과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책을 읽었던 작가는 『어차피 엉망이 된 인생에서 글쓰기는 절망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고도 회상했다. 지금은 지게꾼이 된 이후의 삶을 고백하는, 2부에 해당하는 또 다른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이현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