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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 움직이려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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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 움직이려면(사설)

입력
199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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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중환을 앓아오고 있는 공직사회―공무원사회는 요즘 가라앉은 늪처럼 무거운 분위기속에 잠겨있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안으로는 무사안일, 보신, 복지불동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병세가 중증이니 새정부가 개혁과 국가경쟁력강화를 역설해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중환의 심각성을 인식, 치유를 통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일련의 공직쇄신책을 마련한것은 만시지탄 의 느낌이 있지만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정도로 공직사회의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 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오늘날 공직풍토가 이 지경이 된 병인은 몇가지 들 수 있다. 첫째는 건국후 46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무원제도가 확립되지 않은데다 신분이 불안정한 때문이다. 국가 및 지방공무원법에는 분명히 신분보장과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 반대다. 력대정권들은 선거때는 물론 평상시에도 정권유지를 위해 공무원들을 동원, 이용했고 하루아침에 해·면직 또는 정리하기도 했었다.

 다음 불공정한 인사가 공직사회를 병들게 했다. 이른바 낙하산식 인사 또는 능력과 실적보다는 학연, 지연, 혈연등에 의한 정실인사의 만연은 곧 나태와 눈치, 아첨과 비리를 낳게한 것이다. 셋째는 낮은 봉급등 처우를 들 수 있다. 낮은 처우는 결국 민에게 손을 내밀고 업자와 결탁하고 수뢰로 기울게 했다. 끝으로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마련보다 걸핏하면 사시하고 죄인 취급하며 각종 감사를 중복실시하여 일할 의욕을 위축시킨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새정부 출범후 사정과 개혁을 추진하며 표방한 엄벌주의는 공직자들을 더욱 불동케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번 새내각이 종래의 엄벌주의에서 포용과 격려주의로 방침을 바꾸면서 제시한 공직쇄신책은 하위직공무원들을 크게 배려한 점이 두드러진다. 한마디로 채찍대신 당근정책을 통해 사기를 진작시키는 한편 자률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쇄신책들은 단기적으로는 공직사회를 자극할 수 있어도 엎드리며 눈치만 살피다 선뜻 일어서서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일하도록 할만한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과 신분보장을 확고히 하고 낙하산식인사와 정실이 없는 성실근무와 능력위주의 인사원칙을 확립,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위법과 비리를 범하지 않고 민에게 손을 벌리지 않게 획기적인 처우개선과 함께 특히 활동비, 출장비등은 물가와 연동시켜 현실화해야 할것이다.

 공정한 인사원칙과 신분보장, 그리고 걱정없는 처우가 보장될때 무사안일과 복지불동은 자연 지양될게 틀림없다. 또 부처이기주의와 책임 떠넘기기의 해소와 비리근절도 자연 기대할 수 있고 공무원들에게 책임행정, 봉사행정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고질병을 뿌리뽑을 수 있는 제도적인 쇄신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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