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복귀시사 의도적 어법”/아태재단선 “와전”서둘러 진화 김대중 아태평화재단이사장이 최근 한 지방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계복귀를 시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돼 정가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아태재단측은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즉각 진화하고 나섰으나 최근 「DJ사주론」 파문과 관련한 민자당대변인 경질과정에서 김이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새삼 화제가 된 상황이어서 그의 발언진의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김이사장이 미국과 캐나다 방문차 출국하기 하루전인 지난 4일 대전일보와 가진 인터뷰중에 나왔던 내용.
김이사장은 회견에서 『정치를 안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전제하에 『만약 정치를 다시 한다고 해도 민주당이나 계파를 업고 하지는 않는다. 또 그럴 처지도 못된다』고 말했다. 최근 동교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내외문제연구소가 지방조직까지 확대하면서 김이사장의 정계복귀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파문이 일자 아태재단측은 10일 미국에 체류중인 김이사장과 전화통화를 거쳐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김이사장은 내외문제연구회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뜻이었다』면서 정계복귀문제와 연결시키는 해석을 강력히 부인했다. 민주당내 계파정치와의 관련설을 강하게 부인하기 위한 일반적 내용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재단측은 또 김이사장이 전날 팩시밀리로 문제가 된 기사내용을 받아보고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동교동계의원들의 해석도 같은 맥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뷰 시점에 대해서도 김이사장이 정계복귀를 시사할 때가 아니었다는 지적이 있다. 당시는 파행정국 책임과 관련, 여권에서 DJ사주론을 제기한 것에 동교동계 의원들이 총동원돼 여권에 강력한 대응을 하던 시기여서 김이사장이 정계복귀문제를 거론할 계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김이사장이 외곽에서부터 정계복귀 가능성을 서서히 내비치는 이른바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수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게 대두되는 형편이다. 이같은 시각으로 보면 지난 4일의 인터뷰시점이 동교동계의 정치력이 여권을 향해 총결집되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할 수 있다.
30여년 정치역정을 겪으면서 언론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가 이같은 발언의 반향을 예견치 못하고 「실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특히 김이사장이 최근 잦은 강연과 해외나들이등 정계은퇴 이후에도 영향력확대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시각이 깔려 있기도 하다. 정가 일각에서는 또 「민주당이나 계파를 업지 않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김이사장이 정계에 복귀할 경우 단순히 민주당만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정파를 초월하는 구상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김이사장의 이번 발언을 그 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기택대표는 지난 7일 일찌감치 문제의 기사를 유심히 보긴 했으나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표진영내에서는 『진의가 잘못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이해」와 함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의가 무엇이든 김이사장의 정계복귀문제가 정치권에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파문은 입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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