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9년 프러시아 한림원은 언어의 기원과 발달 문제에 대하여 현상 논문을 공모한 일이 있다. 논제는 인간이 다른 도움이 없이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언어를 발달시킬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당선된 것이 헤르더이다. 그의 「언어 기원론」이 출판된 것은 1772년이다. 헤르더에게 언어와 사고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그 둘은 공통의 기원을 가지며, 평행적인 발달 과정을 밟는다. 언어는 정신이고 정신은 언어이므로, 어떤 민족의 사고 유형은 그 언어를 통하여 온전히 이해될 수 있고 또 연구될 수 있다. 이것이 독일의 낭만주의 운동과 결부되어, 민족의 언어가 바로 민족정신의 정화라는 믿음을 낳게 된다. 언어가 의사 소통의 수단이므로, 이를 잘 갈고 닦아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주시경의 사상도 이에 연원을 두고 있다.
국어의 중요성은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생각을 한다는 데 있다. 혹 한국인으로 영어나 다른 언어를 가지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깊이도 뿌리도 없는 생각이 될 가능성이 많고, 그 때에도 그 근저에는 국어의 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국어는 절대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도구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국어는 마음대로 버릴 수 없다. 생각의 뿌리를 잃게 된다. 한국인은 국어를 가지고 생각하기로 운명지워진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는 또한 결코 단순한 지식의 집적도 아니다. 국어는 또 말하기와 쓰기와 읽기로 간단히 해체될 수 있는 기능적 복합체도 아니다. 국어는 우리가 그 위에 발을 딛고 있는 땅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땅은 흙이기도 하고 흙은 화학적 성분으로 분해될 수 있으나, 그것은 이미 땅이 아니다.
국어는 생각의 골짜기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안내자이다. 그 안내자는 우리를 무한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 안내자를 따라 세계를 알고 사람과 정신을 만나고 또 자기 몫을 발견하게 하는 일, 국어 교육이 해야 할 일이다.<임홍빈·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임홍빈·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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