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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가/“흥얼흥얼”사랑에 아기는 “스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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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가/“흥얼흥얼”사랑에 아기는 “스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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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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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만큼은 행복하게” 고달픈 어른들 염원 절절이 <꼬꼬닭아 우지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깬다 멍멍개야 짓지마라 금잔동이 잠을 깬다 음무소야 우지마라 은잔동이 잠을 깬다 서산에라 올러간해 용궁에서 잠을 잔다 울밑에라 고운 꽃도 이슬덮고 잘도 잔다 자장자장 잘도 잔다 우리애기 잘도 잔다>  (상주 자장가)

 재우는 사람도 졸음이 올듯 구불구불 읊조리듯 부르는 자장가는 말이 음악으로 바뀌는 가장 오래된 노래이자 어린이가 말을 익힌다는 점에서도 「최초」의 노래일 것이다. 

 이 원초적 노래를 들으러 강원도 홍천으로 간다. 소리꾼은 윤을순할머니(73·강원도 홍천군 동면 삼현리). 소리를 들어줄 아기는 옆 동네의 돌배기 민동석군(1·강원도 홍천군 동면 성수리)이다.

 일손이 귀했던 예전 농촌에서 자장가를 부르는 사람은 엄마라기 보다는 할머니·증조할머니이기 쉬웠다. 『엄마들이 일할 시간도 없는데 자장가를 부를 시간이 어디있어. 아홉살부터 베를 짜서 열일곱에 첫 아들을 낳고도 베를 짜랴, 물일을 하랴 자장가를 불러주지도 못했어』하는 윤할머니는 그때 시조모가 부른 가사를 지금도 용케 기억한다. 

 삼현리에는 가장 어린 아기가 여섯살이어서 생전 처음 보는 이웃마을 아가를 찾아나섰다. 동면의 인구는 모두 5천4백명인데 세살 미만은 불과 96명이다. 동석이는 4월말에 첫 돌을 지냈다. 처음에는 윤할머니 낯을 가려 울던 동석이는 자장가가 들려오자 희한하게 울음을 멈춘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머리 끝에서 잠내려라, 어리 자장 어리 자장 이 애기 잘도 잔다. 마루 밑에 청삽사리도 어미 젖물고 잘도 잔다>

 말배우기 전의 아기를 어루는 노래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자장가」와 아기를 안고 흔들며 부르는 「둥개야」, 섬마를 하게 된 돌 무렵의 아이를 잡고 앞뒤나 좌우로 흔들면서 부르는 「불무야」가 있다. 「불무」는 대장간의 풀무질을 흉내내어 <불무 불무 불무야 불떡 불떡 불무야>  하는 입소리를 내어 어린이를 흥겹게 하자는 노래이다. 

 어른들의 삶이 고된 만큼 자장가에는 『아기에게는 가장 밝고 환한 미래를 주고싶다』는 가창자의 미래지향적인 지극한 사랑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금자동아 은자동아 칠기청청 보배동아 금을 주면 너를 사나 옥을 주면 너를 사나>  (상주)  <딸아 딸아 막난 딸아 곱게 먹고 곱게 커라 오동나무 장농에다 구와장석 걸어주마>  (광양) 

 아기의 귀여운 모습도 노랫거리가 된다. 

 <동래 월산 미나린가 줄기차게도 잘 생겠네.  흥덕골 두부몬가 니모 반듯 잘생겠네. 까치밭에 가겼든가 (갔던가) 깜장깜장 예쁘네 꼬치밭에 가겼든가 뽈긋뽈긋 예쁘네…>  (영광) 

 동석이가 엄마 이동복씨(31)한테 들었던 자장가는 딱 하나, 「꽃밭에서」 뿐이다. 간혹 할머니 허임구씨(58)가 재울 때면 <우리 아기 잘도 잔다 꼬꼬닭도 잠을 자고 검둥개도 잠을 잔다>  같은 단조로운 자장가를 들려주었다.

 문화재 전문위원인 이소라씨가 조사한 바를 보아도 자장가 가사를 다양하게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벌써 70대로 올라섰다. 한시간여를 윤할머니가 자장가와 「불무」를 부르니 동석이가 빙긋이 웃어주기도 한다. 

 이제 윤할머니가 떠나면 동석이는 다시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하는 노래와 잠들겠지만, 그래도 읊조리듯 흐르는 우리 자장가의 정서는 그의 맥박 속을 오래도록 흐르리라. <글 서화숙기자·사진 이기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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