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기작가 메이어스 출간/젊어선 광대·노년엔 자기혐오 비정상인/“하루 맥주30병 마신 알코올중독자”비난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코트 피츠제럴드(1896∼1940)의 문학적 성과에 상관없이 그의 생애에 무자비하게 칼을 댄 전기가 미국에서 출판돼 화제가 되고 있다. 피츠제럴드는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어트 등과 함께 1920년대 미국문학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작가이다.
최근 미국의 하퍼 콜린스출판사에서 출간한 「스코트 피츠제럴드 전기」(제프리 메이어스 지음)는 피츠제럴드가 인생의 반을 자신의 재능을 마구 낭비하고 나머지 반을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보낸 정신없는 알코올중독자로 묘사하고 있다.
지은이 메이어스는 85년의 「헤밍웨이 전기」에서도 헤밍웨이를 작가로서 미숙하고 성질 급한 사고덩어리로 그렸는데, 대가라도 사정없이 파헤치는 미국적 문화풍토를 반영하고 있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는 중서부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했고 일찍이 빛나는 재능으로 명작을 남겼으며 말년에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외에 「사후에 한 비정한 전기작가의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 또 하나 추가된 셈이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많은 피츠제럴드의 전기에 비해 더 분석적이고 그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온갖 사건과 행동양식의 의미를 분석했다고 주장했다. 헤밍웨이 전기처럼 피츠제럴드의 문학적 업적보다는 부인 젤다에 대한 불같은 사랑·기행·성생활등 그의 인간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부인과 함께 도시 한복판의 연못에 뛰어들고 호텔 회전문을 30분동안이나 빙빙 도는가 하면 고급 만찬회에서 비싼 술잔을 집어던져 깨고 제임스 조이스 앞에서 바보같이 구는 등 나르시스같이 자기도취에 빠져 행동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 책에는 계속해서 부인 젤다가 절벽으로 차를 몰 만큼 정신장애에 시달리게 되자 피츠제럴드가 하루에 맥주 30병을 마실 만큼 알코올중독자가 됐으며 할리우드의 여성작가와 사랑에 빠져 그의 사진에 치졸한 낙서를 남긴 일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은이는 부분적으로 문학비평적 시각에 입각해 조제프 콘래드와 에드거 앨런 포, T S 엘리어트가 그의 작품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그가 젊은 날에는 짜증스런 광대같았으며 노년에는 현명했지만 자기연민과 자기혐오로 가득찬 비정상인이었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시각이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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