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공원·놀이터 어디나 어린이를 위한 축제 일색이다. 지난 어린이날엔 잔뜩 찌푸린 날씨인데도 전국에서 3백만명의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즐거운 야외나들이를 했다. 어린이들은 「느낌」을 묻는 누구에게나 「무척 즐겁다」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어린이날에 이어 일요일에도 서울의 주요 공원·놀이터엔 5∼6명씩의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악기 반주에 맞춰 동요곡을 열창, 지나는 이의 시선을 끌었다. 모금공연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었다. 학생들은 노래가 한곡 끝날때마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귀엽고 활발하게 자라야 할 나이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된 소년소녀 가장을 생각합시다」고 호소했다. ◆현재 전국에는 7천8백여 가구에 1만5천여명이 소년소녀 가장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1인당 월8만1천원의 보조비와 한국어린이재단에서 주는 4만원의 후원금으로 어려운 생활을 꾸려나간다. ◆그런데 이들 어린이의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원인도 종전의 부모사망 때문이 아닌, 부모의 무책임 때문으로 양상이 바뀌었다(부모사망 91년 50%·93년 46%, 무책임 91년 41%·93년 45%). 이혼·재혼·가출등으로 쉽게 자녀를 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계나 민간단체들은 이의 심각성을 지적, 가족 병리현상에 대한 정부의 다각적인 연구와 대책수립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가정의 달에 소년소녀 가장들은 즐거울 수가 없다. 야외나들이도 어렵다. 부모에게 맘껏 응석부리는 친구들이 마냥 부럽기만 할 뿐이다. 바로 이웃의 소년소녀가장들을 다시한번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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