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 벗어나기/때늦은 학구열/PC모르면 서류결재·문서공람도 못해/조흥은 상무 수첩크기 286까지 휴대/광주·대구은행장 이미 전문가수준 「주판세대」의 은행임원들이 「컴퓨터시대」에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은행창구에 PC단말기가 들어앉고 신입행원 교육조차 컴퓨터테스트가 필수과목으로 등장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은행임원들은 「컴맹(컴퓨터문맹)」에 가깝다. 은행임원의 평균연령이 55세가 넘는 점을 감안할때 입행후 30년 넘게 「주판알만 튀기면서」업무를 처리해온 이들이 「컴퓨터문외한」임은 오히려 당연한 일. 한 은행임원은 『이용하면 편리하다는 것은 알지만 주판에 익숙한 손가락이 컴퓨터자판위에선 잘 움직이질 않는다. PC화면앞에 앉으면 무슨 「괴물」을 접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업무전산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은행임원들도 「PC공포」때문에 더이상 컴퓨터에 무관심할 수만은 없게 됐다. 은행들이 각종 문서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전자우편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임원들도 컴퓨터 기초작동법이라도 알아야 서류결재나 문서공람을 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임원들을 위한 컴퓨터교육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전산직원을 「개인교사」로 배치, 임원들의 「컴맹탈출」노력을 돕고 있다. 또 지점장교육에 편성된 컴퓨터강좌에 임원들도 참석, PC작동요령이라도 배울 것을 권하고 있다. 덕분에 「신세대은행원」수준에는 못미치더라도 자판배열이나 꼭 필요한 정보를 꺼내보는 방법정도는 익숙해진 임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임원중에는 일찌감치 컴퓨터에 눈을 떴거나 아니면 임원이 된후 뒤늦게나마 PC공부에 뛰어든 컴퓨터광들도 있다. 이들은 물론 요즘 「컴맹」임원들에겐 단연 부러움의 대상이다.
은행장중에선 송병순광주은행장과 홍희흠대구은행장이 최고의 「컴퓨터맨」으로 꼽힌다. 지방은행이라는 취약점에도 불구, 이들 은행이 국내 최고의 금융전산망과 사무자동화를 구축하게 된 것도 행장의 컴퓨터실력과 열의 덕분이라는게 금융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80년대초 국민은행장시절 국내 최초로 전국지점온라인을 실시했던 송행장은 은행의 주컴퓨터기종을 직접 선정하고 전산부직원들에게 직접 컴퓨터를 교육시킬만큼 탁월한 전산전문가다. 전자문서결재시스템을 도입한 홍행장 역시 컴퓨터를 통해 전국지점에 지시사항을 내려보내고 우수지점에는 컴퓨터로 축전도 직접 뛰운다.
하나은행 김승유전무는 컴퓨터를 배우려고 관련서적 독파는 물론 학원까지 다닌 열성파다. 전자우편 활성화를 위해 얼마전 한 지점장에게 『점심이나 같이하자』는 메시지를 전자우편으로 전송했지만 해당지점장이 컴퓨터화면을 보지 않아 약속이 그만 취소됐다. 이때부터 이 은행 지점장들은 좋든 싫든 하루에 몇차례씩 본점의 메시지를 보기위해 컴퓨터앞에 앉게 됐다.
80년대초 해외지점근무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조흥은행 장철훈상무는 최근 선물받은 수첩크기의 286휴대용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며 본인이 직접 일정 및 전화번호관리를 해결한다. 평화은행 노상고상무도 컴퓨터입문 1년이 채 못됐지만 개인일정관리와 원고작성을 직접 처리하면서 틈만나면 전산부직원으로부터 개인교습을 받는 노력파로 알려져있다.
요즘같은 분위기라면 멀지않아 외국처럼 「컴퓨터를 모르면 은행임원은 꿈도 꾸지말아야」 할 것 같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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