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 과감한 「만델라」사진 역사흐름 한눈에/기사홍수속 「편집의 묘」·심층물 중요성 반영 지면이 늘어난 뒤로 오히려 신문을 대충 대충 읽게 된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특징이 사라져버려, 엇비슷한 얼굴모습을 보여주게된 지면편성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충실한 내용과 편집의 묘가 요구된다.
방송이나 다른 신문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자들 개개인의 뛰어난 자질과 지속적인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시의적절한 기획기사, 단순한 사실전달에만 그치지 않는 심층취재. 이것들은 모두 기자들 개개인의 머리와 예리한 비평안에서 나오는 것일테니 말이다.
남아공의 앞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말하는 듯이 하늘빛을 배경으로 팔을 쳐들고서 환히 웃는 넬슨 만델라. 5월2일자 한국일보 1면에 실린 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 만델라의 모습은 최근 신문에서 본 정치가들의 면면들중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와 닿았다. 또한 그 기사는 신문읽기의 재미를 흠뻑 맛보게 해주었다.
20세기 문명사의 마지막 수치라고까지 불리는 인종차별의 벽을 허문 그가 길고도 지루한 협상끝에 역사적인 다인종 총선을 이끌어내 최초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역사란 더디지만 결국 가야할 방향으로 간다는 진리를 보여주었다.
62년 내란 음모죄로 체포돼 90년 석방되기까지 28년이란 긴 감옥생활을 한 그의 얼굴이 지닌 부드러움과 소박함은 또 얼마나 인상적이었던가.
그토록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고도 극한대립과 투쟁보다는 조화를 바라는 그의 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 얼굴이야말로 인간정신의 아름다움을 말해주는듯만 하지 않았던가.
데 클레르크전대통령도 남아공기사에서 두드러졌다.
백인의 기득권 포기라는 그의 용단을 통해 우리는 정치의 세계에서도 이제 이성과 양식이 큰 힘을 발휘하는 세계사적 흐름을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아공과 농안법파동등 기사의 홍수속에서도 한국일보 지면에는 눈에 뛰는 다른 기사들이 적지 않았다.
정병진 기자가 5월4일자 4면에 쓴 「앞과 뒤」는 중요한 사안이 생길때마다 저마다 다른 행태를 보여주는 외무부 고참외교관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 주었다. 그 모습이 어찌 외무부안에만 국한되는 문제일까.
그 기사를 읽으면서 많은 이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과 그 속에서 얽혀 지내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대해 떠올려 보았을것만 같다.
5일자 메아리난에 실린 「과외와 법조이직」 또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기사였다. 대체 언제까지 대다수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수입과 비교할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이 엄청난 과외비의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지. 지금의 대학입시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결코 없는 것인지. 본질적인 교육개혁에 관한 한국일보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