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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화해로 이룬 기적/앤터니 루이스 미 칼럼니스트(해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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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화해로 이룬 기적/앤터니 루이스 미 칼럼니스트(해외칼럼)

입력
1994.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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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세계의 평범한 기준으로 봐도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총선은 기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남아공의 백인지배가 결국은 폭력에 의해 종말을 고할 것이며 모든 국민과 정당이 참여하는 1인1표의 보통선거에 의해 정권교체가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따라서 이것은 인간이 만든 기적이다.새 남아공으로 바뀌는 과정이 잘 계산된 정치적 판단에 의해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데 클레르크대통령은 백인지배체제를 유지하기에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희생이 따르리라는 것을 오랫동안 숙고해왔다. 그는 또한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백인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가장 온건한 흑인집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1990년2월 만델라와 그의 동료들을 석방하는 첫 조치를 취했다.

 만델라는 석방되는 날부터 화해의 길을 걸어왔다. 나는 만델라가 석방된지 두달 후에 그를 만난 적이 있다. 나는 그에게 지금까지 권력을 빌미로 그들을 박해했던 백인들에 대해 보복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때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는 『화해의 정신은 어떤 특정한 개인에 대한 복수와는 정반대입니다. 흑백을 막론하고 국민 모두의 화해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집니다』라고 말했다.

 만델라의 화해와 참여의 정신은 이번 총선이 있기까지 오랜 협상중에서도 나타났고 이번 총선운동기간에도 살아있었다. 만델라는 심지어 그의 지지자들에게 아파르트헤이트의 집행자였던 경찰의 지시를 따르도록 호소했다. 그는 먼길을 몇번이나 오가며 총선참여를 거부해왔던 줄루족 지도자 망고수투 부텔레지를 설득, 결국 참여를 끌어냈다. 

 ANC와 집권 국민당의 변호사들이 함께 만든 새 헌법에는 백인들과 다른 소수민족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거기에는 미래의 정부가 준수해야할 기본권 헌장과 헌법재판소규정도 들어있다.

 가장 중요한 조항은 모든 정파들이 동의한 비례대표제이다. 각 선거구에서만 대표를 뽑는 미국과 영국의 선거제도라면 백인지역이 적은 남아공에서는 극소수의 백인대표만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4백명의 의석중 절반은 전국에서 얻은 정당의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로 채워지기 때문에 백인들은 더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었다. ANC까지도 자신들의 의석이 줄어들게 뻔한 이 비례대표제에 동의했다. 각 정파의 지도자들은 소선거구제는 장기적으로 정국의 불안과 알력을 가져와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새 헌법은 또한 5%이상 득표한 정당은 의석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했다. 결국 만델라의 새 정권이 들어설 것이고 데 클레르크대통령이 그 밑에서 부통령을 맡게 될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집권 국민당은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었다. 만델라와 그의 동료들은 공무원들과 군대에 그들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만델라를 비롯한 남아공 지도자들은 이 약속을 지켜 전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을것이다. 만델라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앙골라와 모잠비크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반대파들을 광범위하게 포용할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남아공 민주주의의 승리에서 미국의 정치현상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남아공 국민들은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몇시간이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러나 우리의 대부분은 줄서기를 거부한다. 또한 억압의 희생자인 그들은 착취자들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미국정치에서는 점차 분열과 증오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지만 우리는 진지하게 고려해 보지도 않고 그 제도를 비웃고 있다.

 물론 화해와 단합의 정신은 앞으로 실제 정치상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아직도 통나무집에서 살고 있는 남아공 국민들은 새 정부에 적어도 그들이 충분히 마실 물과 빵을 얻기위한 직업을 요구할 것이다. 새 정부는 이것을 충분히 공급해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아공 국민들은 투표를 하려고 줄을 서서 자기들의 미래를 설계하느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이때 오랫동안 갈구해 오던 것을 이미 얻었다. 모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인간의 존엄」을.【정리=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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