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는 정치무력증이니 정치부재니 하는 말들이 유행어처럼 나돌았었다. 절대권력이 군림하는 상황에서 정치는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구시대의 유산이 새 시대에 와서도 청산되지 않고 있는 것같다. 지난날 국민을 그토록 괴롭혔던 거리의 시위정치, 강경대치의 여야 정치, 학생과 재야의 저항정치등 극도의 정치불안 현상이 문민시대가 열리면서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문민정권의 탄생이 안겨준 최대의 선물이라면 바로 이것을 꼽는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활성화가 얼마나 이뤄졌느냐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운 문제다. 지금도 여전히 정치의 무기력을 탓하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타협과 대화를 통한 정치가 아직 성숙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정치판을 보더라도 그렇다. 여야간에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는 초여름인데도 겨울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어있다.
지난 4월29일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민자당 단독으로 처리된 뒤부터 더욱 냉각되어가고 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3월11일의 청와대 영수회담후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풀리기는 커녕 이회창총리사퇴 파동등으로 더욱 꼬이기만 해온 정국이다.
정치가 더이상 이런식으로 표류해서는 안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나 격동기의 정치불안에 비길바는 아니지만 이것도 국가발전을 가로막고 국민을 편치못하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금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지상의 목표를 향해 온국민이 합심 협력해야 할 때다. 경제뿐 아니라 외교 안보면에서도 외적인 도전이 만만치 않은 시점이다. 국력과 민심을 하나로 묶어 매진해도 시원찮을 형편이다.
또 대내적으로도 할일이 너무나 많다. 말만 끄집어 내놓고 손도 채 못댄 개혁과제들이 수두룩하다. 이미 착수된 개혁작업중에서도 흐지부지된것도 많다. 형식적으로 하다 만것도 있다. 공직자의 윤리의식이나 사회의 기강도 점점 해이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정치권마저 중심을 잃고 헤맨다면 나라는 어디로 가는가. 정치가 국가발전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은 못할망정 방해꾼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국민을 즐겁게 해주지는 못할 망정 불안을 주어서야 말이 되는가.
하루속히 여야관계를 정상으로 복원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3월 영수회담을 계기로 뒤틀리기 시작했다면 결자해지의 원칙에 따라 영수회담으로 푸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회담을 누가 먼저 제의하느냐로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나라가 당면한 대내외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서로가 다투어 제의할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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