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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고서 헐값 영 유출/불,소유권명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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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고서 헐값 영 유출/불,소유권명분 잃었다

입력
1994.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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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람용의궤」 최근 불서 재구입 하려다 실패 조선후기 최고의 의궤로 평가되는 「기사진표리진찬의궤」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돼 다시 영국으로 유출된 사실은 고문서의 반환을 앞두고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당시 약탈된 의궤 가운데 두 권이 「실종」됐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자행된 프랑스의 약탈로 소실되는 불운을 모면한 「기사진표리진찬의궤」는 그러나 25년 뒤 헐값으로 영국에 팔려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기사진표리진찬의궤」는 저주지로 만들어진 일반 의궤와 달리 최고급의 초주지로 만들어지고 의궤의 핵심내용인 도식을 직접 붓으로 그린 어람용 의궤여서 높히 평가되고 있다.

 의궤는 보통 종류별로 몇 권이 제작됐지만 특별히 제작되는 어람용 의궤는 종류별로 한 권만 만들어졌다.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2백97권의 의궤도 역시 어람용 의궤여서 유일본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이태진교수(서울대)의 연구결과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이교수는 『이 의궤는 1880년대부터 동양진출을 위해 동양의 고서와 문집을 대대적으로 수집한 대영박물관이 그 가치를 알고 구입해 동양고서과(1892년 창설)에 소장해왔다』고 말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최근 프랑스측이 이 의궤의 구입을 영국측에 요청했다 거절당한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대영도서관은 1973년 대영박물관에서 분리 독립했다.

 약탈 고문서의 유출과 「실종」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고문서에 대한 소유권 인정을 바탕으로 「자동연장 가능한 시한부 대여방식」의 반환을 고집하는 프랑스측 주장이 근거를 가질 수 없게 됐다.

 백충현교수(서울대)는 『이번 의궤의 발견으로 프랑스가 고문서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과 고문서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백교수는 3월 문화체육부에 보낸 「한국―프랑스간 귀중도서 교환협정(안)에 대한 분석의견」에서 『프랑스는 어떠한 법 이론으로도 고문서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특히 약탈 고문서를 1백년 동안 임시보관창고에 방치한 사실 등으로 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 이전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 의견서에서 프랑스가 주장하는 「자동연장 가능한 시한부 대여방식」은 프랑스의 불법적인 전시 문화재 약탈행위와 소장행위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앞으로 해외에 불법유출된 문화재의 반환협상을 수행할 때 결정적으로 불리한 선례로 작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고문서 반환협상은 「장물」을 찾는 정의로운 과정인 동시에 불법부당한 역사를 바로잡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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