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후의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는 가정법원의 통계가 각신문에 보도된후 곳곳에서 「노년 이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대개 중년이후인데, 남녀에 따라 서로 반응이 다르다. 남자들은 대부분 노년에 이혼을 제기하는 괘씸한 마누라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뼈빠지게 일해온 남편에게 노년에 안겨주는 선물이 이혼이라니, 그런 앙큼한 생각을 가슴에 품고 겉으로 웃으며 살아온 여자들이 무섭다 하면서 몸서리치는 사람도 있다. 서구의 자유사상이 나잇살먹은 여자들에게까지 전염되어 멀쩡하던 가정을 파괴시키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여자들은 대체로 노년 이혼에 동정적이다.자녀들이 결혼할때까지는 남편의 외도나 횡포를 참고 살았지만, 늙어서까지 참지는 않겠다는 주장을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고 있다. 아내들은 결혼생활에서 크고 작은 상처로 고통받는 일이 많기때문에 이혼을 결심한다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서울가정법원이 93년에 접수한 이혼소송중 50대이후의 소송은 4백77건으로 전체의 12.5%를 차지했는데, 이는 92년보다 3.4% 늘어난 것이다. 전국 가정법원의 통계에서는 50대이후 이혼소송이 전체의 3.5%(92년)정도지만, 91년 2.6%에서 크게 증가했다. 50대이후의 이혼사유는 배우자의 부정(47.7%),구타등 부당대우(10.2%)가 가장 많아 젊은이들의 이혼사유와 비슷하다. 남편이 정년퇴직할때까지 남편의 잘못에 대해 꾹 참다가 퇴직금을 받는 순간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위자료를 챙겨들고 떠나는 아내들이 많다는 일본의 이야기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년의 아내들이 이혼할 엄두를 내게 된것은 이혼할 때 위자료외에 재산분할을 청구할수 있게 되었고, 배우자의 부정이나 횡포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년 이혼은 계속 증가할것이다. 정년퇴직으로 직업을 잃은데 이어 철석같이 믿었던 조강지처에게 이혼당하고, 재산의 상당부분을 넘겨줘야 하는 불쌍한 남자들이 늘어날것이다. 그것은 한국 남자들에게 닥쳐오고 있는 새로운 위기다.
이혼하여 외로울지라도 마음편하게 살겠다는 여자들을 나무랄수는 없다. 늙어서라도 사람답게 살겠다는 그들의 결심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남편들은 자기중심으로, 일중심으로 살아오던 생활에서 벗어나 아내의 삶을 바라봐야 한다. 한쪽의 희생, 한쪽의 불행위에 서있는 가정이 오래 평안할수는 없다. 노년 이혼의 증가는 우리 가정이 거듭나야 한다는 경고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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