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심의·통과절차등 엉성/의견수렴도 부족 파동자초/농수축협 산지수집직판활용 “최선” 농안법파동은 우리나라 농수산물 유통정책이 안고 있던 각종 병폐를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의원입법으로 통과된 개정농안법의 문제점도 이번에 함께 드러났다. 때문에 농안법개정을 주도한 여당은 물론 야당도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유통구조개혁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개정당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재개정작업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76년 제정된 농안법은 지금까지 모두 4차례나 개정됐다. 특히 지난해의 네번째 개정에서는 의원입법형식을 통해 중매인의 매매행위를 금지시키는 등의 획기적 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농안법이 의원입법에 의해 개정된 사실 자체가 처음있는 일이기도 했다. 당시 입법을 추진했던 민자당측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등에 대비하고 농수산물 유통구조근대화를 통해 농어민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들이밀며 어렵지 않게 법개정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농안법개정은 다소 의욕이 앞선 측면이 없지 않다. 수십년간 방치된 재래식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은 나무랄데가 없지만 현실을 너무 과소평가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우선 나왔다.
여기에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가 법집행을 사실상 거부한 것도 문제였다. 개정안이 발의돼 여야만장일치로 국회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될 때까지 입법과정은 여러 곳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확인되고 있다.
농안법개정안이 처음 국회에 상정된 것은 13대 국회폐회가 임박한 91년 9월이었다. 당시 발의자는 신재기의원등 31인이었다. 이 개정안은 그러나 13대국회 임기만료로 인해 자동폐기됐다. 그러자 신의원등 의원 20인은 14대 국회출범직후인 92년 7월 유사한 내용의 농안법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93년 2월 국회 농림수산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고 93년 5월 개혁입법추진의 분위기에 힘입어 농수산위와 본회의를 어렵지 않게 통과해 93년 6월 공포됐다. 일사천리식의 진행이었고 관련기록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농안법처럼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법안을 의원입법으로 처리할 때는 무엇보다 충분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개정당시에는 이같은 과정이 상당부분 생략됐다. 특히 의원입법의 경우 공청회개최가 의무사항이 아니긴 하나 법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공청회를 거쳤더라면 절차와 관련된 잡음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농안법개정을 주도한 신의원 자신은 『중매인등 이해관계자들을 의원회관 사무실등에서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개된 의견수렴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이밖에 ▲법안심사소위의 토의기록이 전혀 없고 ▲당정간 의견대립이 심했던 점등도 절차상의 의문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농안법은 어떤 방향으로 재개정돼야 할까. 또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국회 농림수산위를 비롯한 여야의원들의 공통된 견해는 일단 6개월이란 유예기간을 최대한 활용,명실상부한 유통구조개혁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이번 농안법파동이 자칫 지난해 UR파동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정부와 국회가 서로 합심해 최선의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야의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궁극적으로는 농수축협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기능을 전담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단계를 아무리 줄이더라도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도매법인이나 개인 도매상이 계속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진정한 유통구조개혁은 구두선에 불과하다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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