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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팔봉비평문학상 선정/김병익(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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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팔봉비평문학상 선정/김병익(인터뷰)

입력
199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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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진실과 문학」으로 수상/“현실과 문학 상호연계 파악 힘써/한쪽이 다른쪽에 함몰현상 경계” 「제5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병익씨(56)는 수상평론집 「숨은 진실과 문학」(문학과지성사간)의 서두에서 『나는, 내가 4·19세대에 속해 있음을 나의 생애에 가장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 행운은, 우리의 어느 세대든 갖게 마련인, 윗세대에 억압받고 아랫세대를 위해 희생당해 왔다는 피해의식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한다』고 적고 있다.

 보편적 이성을 중시한 4·19 세대의 평론가, 교양인들의 자리인 문학과 지성사의 대표 20년, 한국기자협회장을 지낸 전직 기자라는 설명으로 그의 문학과 인생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으리라.

 여기에 『사장노릇만 한다는 말이 듣기 싫어 8권의 평론집을 냈다』는 말은 평론가로서 그의 성실함을 나타낸다.

 『현실적·일상적 삶의 리얼리티란 무엇인가, 문학이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현실을 문학에서 형상화하는 방법에는 문체, 구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현실만 보고 문학적 상상력이 없는 80년대 민족문학은 거칠고 감정없는것이 돼 간다고 생각했고, 현실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없는 90년대 문학은 공소한 아름다움이라고 느낍니다』

 그는 현실과 문학의 상호투영을 중시한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함몰되는것을 경계하면서 서로의 연계를 보려고 노력한다. 80년대에는 이데올로기 문제에 좀더 치중하려 했고, 90년대에는 신세대의 새로움에 관심을 갖는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현실에 관심을 두면서도 그는 언제나 전통적인 인문주의자로서 사유하고 행동해 왔다. 사회와 문화를 넘나들면서도 문학으로 돌아왔고, 작품으로 돌아왔다.

 40년 친구인 황인철 변호사에게 헌정된 8번째 평론집 「숨은 진실과 문학」에서 그는 대중문화에 대한 비평인 「서편제와 서태지」, 신세대 문학에 대한 성찰인 「무거움과 가벼움 걷어내기」등에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짚어낸다. 「개혁의 성격과 미래를 위한 모색」, 「페레스트로이카 시절의 소련 여행」등은 사회비평적인 요소가 많은 글들이다. 이 글들에서 그는 세상의 변화를 캐내려 하면서도 문학 고유의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고전주의부터 리얼리즘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말로 자신의 사고의 프리즘을 보여주기도 한다.

 동시대 작가인 홍성원 김원일에서 신세대인 이순원 장정일까지 뻗치는 작품론이 일관되게 보여주는것은 특정 이론에 기댔다기보다는 스스로가 체득한 문학의 아름다움을 정갈한 단어로 표현하는 좋은 안내자의 역할이다.

 김현 김승옥등 한글세대가 중심이 된 「68문학」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평론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문학평론을 선택했기 보다는 강요받았다』고 말한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0년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를 하면서 줄곧 문학을 담당했던것, 75년 동아사태로 해직되자 먹고 살기 위해서, 또 문학이 좋아서 기자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문우들과 문학과지성사를 설립했던것을 회상하는 말이다.

 그는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문학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본 적도 없다. 많은 작품을 읽으면서 타고난 감수성으로 문학비평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는 『그래서 허점이 많다』고 얘기하지만, 훌륭한 독자로서 작품의 아름다움을 집어내고, 새로운 것에 항상 호기심을 갖는 저널리스틱한 자세는 한국비평계 속에 확실한 자신의 자리를 잡았다.

 그는 『출판사를 하는 것이 생업의 한 방편만도 문화사업만도 아니었다. 어떤것이 좋은 문학인가, 현실에 대한 지식인 사회의 대응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적극적인것이었다. 문학저널리즘에 종사한것과, 에디터의 역할에 만족한다』고 말했다.【이현주기자】

◎심사평/“문학적 사명에 투철/칼날같은 현실 분석”/융통·일관성 겸비 현장비평정신 높이 사

 금년도 심사 대상에 오른 비평가는 예년에 비해 많은 편이었으나 수상자를 선정하는 작업은 의외로 쉽게 끝났다. 그것은 수상자의 평론이 월등해서 다른 사람의 글과 비교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수상자가 쌓은 문학적 업적이 다른 사람의 그것보다 많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심사를 맡은 사람들의 문학적 취향이 어느 점에서 쉽게 일치했다는 의미이다.

 최종적으로 수상 후보에 올랐던 다섯 사람의 6권의 평론은 각각 독특한 비평적 방법과 문학관을 드러내주는 역작으로서 어느것이나 수상작이 되어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금년도 후보작들은 저자의 무게에서나 문학적 의미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김병익의 「숨은 진실과 문학」을 수상작으로 정할 수 있었던것은 그것이 문학에 대한 즐김과 따짐이라는 보편적 비평의 원리를 지키면서도 당대문학의 여러 경향을 설명할 수 있는 융통성과 일관성을 겸비한 현장비평의 정신을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평적 정신은 현실에 대한 치열한 관찰력과 문학적 사명에 대한 투철한 의식을 토대로 문학과 삶의 「숨어 있는 진실」을 찾고자 한 비평가 자신의 장인적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되었다.

 그의 비평은 때로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등의 현실에 대한 해석처럼 보이면서도 결과적으로 문학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독특한 논리를 발전시키고 있다. 얼핏보면 문화비평으로 보이지만 그 문화현상들을 문학현상으로 환원시켜 설명하는 그의 재능은 그에게 여러 경향이 공존하는 한국 평론계에서 독창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만든다.

 그의 상상력이 정치적 사회적 성질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평은 근본적으로 문학적 감성에 의존하고 있는것도 바로 그러한 독창성에서 기인한다. 칼날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평을 읽고나면 그 대상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갖도록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그의 비평은 오늘의 한국 비평계의 성과라고 우리는 믿는다. 수상을 축하한다.【심사위원=이선영 유종호 염무웅 김치수】

◎심사경위/50여권중 본심6권 압축… 김병익씨 만장일치

 우리 근대비평의 초석을 놓은 팔봉 김기진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제정한 「팔봉비평문학상」이 어느덧 다섯번째 수상자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팔봉비평문학상」은 한국의 대표적 비평가들인 김현 김윤식 김치수 김우창씨를 수상자로 내놓음으로써 권위와 신뢰감의 두께를 동시에 쌓아 왔다.

 그리고 이제 다섯번째 수상자로 김병익씨를 결정함으로써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평문학상이라는 확실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팔봉비평문학상」의 심사준비는 지난 1년간 출간된 평론집의 목록을 작성하는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작업은 「비평의 시대」라는 말에 걸맞게 엄청난 양으로 쏟아져 나온 비평문과 유사 비평문 때문에 생각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지난 해의 두 배에 달하는 50여권의 평론집을 찾아낼 수 있었기에 즐거운 작업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목록을 바탕으로 1차 본심에서 우선 새삼스럽게 정독해야할 평론집들을 선정하는 일에 들어갔다. 비평문의 수준, 비평가로서의 경력, 현장비평에 대한 관심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서 행해진 이같은 선정 작업의 결과 6권의 평론집이 대상으로 떠올랐다.

 제5회 수상자를 결정짓는 2차 본심은 너무나 싱겁게 끝났다. 한 심사위원이 김병익씨를 추천하고 다른 한 심사위원이 『결론은 같다』라고 말하는 함축적인 한 마디로 순식간에 만장일치가 이루어지고 말았다. 그 이후의 말들은 모두 수상자의 미덕을 설명하는 산문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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