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론」 논평후 대치정국 악화/양측물밑접촉 「해법」이심전심 7일 민자당의 전격적인 대변인 교체는 비록 여당내부의 일이지만 야당의 입김이 깊숙이 개입된 흔적이 짙은 매우 독특한 인사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민자당은 대변인실의 분위기쇄신을 위해 하순봉대변인이 자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대변인이 경색정국을 풀기위해 용퇴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최근의 여권 내부사정과 여야관계등에 비춰보면 이와다른 「진짜 사연」이 있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교동측을 달래는데 하대변인이 희생양이 됐다』는 관측이 그것이다.
이같은 견해는 하대변인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 관련 논평을 이번 일의 결정적요인 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양두구육식 이중플레이가 김이사장의 사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오만방자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조사와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차에 공식논평에서 처음으로 김이사장문제가 언급된 것이다.
당시 이 논평이 하대변인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민주계의 DJ관이 그대로 투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유력했다. 민주계 핵심인사인 문정수총장도 사석에서 『DJ선생은 양면작전에 능한 인물』이라고 비판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막상 공식논평에서 이같은 주장이 개진되자 여야 모두가 놀랐고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례적으로 청와대측에서는 「공개적으로」하대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등 『우리와는 무관한 일』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권로갑최고위원등 동교동측근들은 수차례 긴급회동을 갖고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같은 동교동측의 움직임은 여권핵심부에 그대로 전해졌다. 『대변인 개인차원의 뜻일 뿐이니 의미부여할 필요없다』는 여권의 메시지가 동교동측에 전달됐으나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 급기야 권최고위원은 지난 3일 서청원정무장관을 모호텔에서 만나 「납득할 만한 조치」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에앞서 2일에는 이기택민주당대표가 서장관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여당대변인의 대야공격이 너무 심하다』고 직접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4일부터 동교동측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전불사의 격앙된 분위기가 가라앉고 『관망해보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7일 『지난 4일 여권 고위인사로부터 여당대변인단에 대해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같은 감을 받았다』고 말해 3일 권·서회동이 이번 조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6일에는 민주당측이 상무대정치자금 의혹에 대한 주장이 담긴 당보의 가두배포 방침을 자진철회함으로써 『다음에는 여권이 성의를 보일 차례』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리곤 대변인이 전격적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여당의 대변인 교체가 여야 모두의 「관심사항」이었던 탓에 이는 앞으로의 정국정상화에 청신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와함께 정계은퇴선언에도 불구, 김이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새삼 확인해주는측면도 있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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