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환시장에서는 또다시 「엔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뉴욕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치가 미일양국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한때 달러당 1백1엔을 밑도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강세가 계속되고 달러당 1백1엔수준으로 올라서 연초대비 10%나 상승한 까닭은 기본적으로 1천3백억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대미경상흑자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정국의 불안으로 미일무역협상도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엔화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대일역조 개선을 위해서는 엔고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만간 엔·달러환률은 달러당 1백엔 수준을 밑돌 수도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국내외환시장의 원화·엔화환률도 1백엔당 8백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이와 같은 엔고현상이 지속되는 이상 우리의 대일경쟁력은 강화되고 수출이 늘어나면서 대일무역수지도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8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크게 흑자로 돌아섰을 때에도 엔고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 1·4분기중 우리나라의 대일무역수지는 25억3천만달러 적자로서 우리의 전체무역적자와 맞먹는 규모였다. 이것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9%나 늘어난 것으로서 그동안 엔고에도 불구하고 대일수출은 12.4% 증가한 반면 수입은 21.6%나 늘었던 것이다. 대일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난 원인은 부분적으로 올해 들어서 국내경기가 회복되면서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본재의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우리의 높은 대일수입의존도가 문제다. 엔고로 인해서 수입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일본으로부터 기계류등 자본재의 수입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면 엔고가 더 이상 우리에게 호기가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엔고에도 불구하고 대일무역 적자는 더욱 늘고 게다가 수입가격 상승에 따르는 인플레우려까지 심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분석한 대일무역역조에 관한 전망은 이러한 비관적인 견해를 뒷받침한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대일무역수지 적자폭은 갈수록 확대되어서 올해에는 89억달러로 추정되나 98년에는 1백억달러가 넘고 2000년에는 1백18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이후 우리나라의 수출지원 및 수입억제정책은 앞으로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에 대일무역역조는 상당기간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엔화가 장기적으로 강세를 지속하더라도 대일무역역조는 개선되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일무역역조를 개선할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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