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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봉교체 또한판 힘겨루기/북한 “입회관 파견안하면 강행”거듭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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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봉교체 또한판 힘겨루기/북한 “입회관 파견안하면 강행”거듭밝혀

입력
199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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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선 샘플채취 보장안돼 엄포만 계속 북미접촉재개로 해결의 실마리를 되찾는 듯 하던 북핵문제가 5MW짜리 원자로의 연료봉교체를 둘러싼 기술적 난관에 부딪쳐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북한은 5일 미국측에 보낸 팩스 통지문을 통해 연료봉교체시 샘플채취를 불허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입회관을 파견치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연료교체작업을 강행할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정부는 북핵사찰과정에서 돌발변수로 떠오른 연료봉교체 시비가 기본적으로는 IAEA와 북한이 풀어야 할 기술적 문제라는 시각에서 이들의 협상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즉 연료교체상의 사찰형식이나 절차가 중요한게 아니라 작업과정에서 핵물질의 전용만 방지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그들의 공언대로 IAEA사찰관이 입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핵안전협정상의 규정을 무시하고 연료봉교체작업을 벌일 경우 즉각 유엔안보리에서 제재를 모색할 방침이다. 미국입장에서 볼 때 이는 핵안전협정상의 영속성이 파괴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이같은 입장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으며 지난달 뉴욕에서 재개된 북한과의 실무접촉에서도 이를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갈루치 북핵담당특사는 5일 북한의 독자적인 연료봉교체 강행은 북미대화의 중단은 물론 유엔의 제재를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료교체작업은 하루이틀에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수개월이나 반년 정도의 시일이 걸리기도 한다. 또 연료교체시 각종 핵물질에 대한 측정과 관리만 제대로 되면 나중에라도 샘플채취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IAEA는 북한측의 의사를 받아들여 이번에는 샘플채취를 유보하는 대신 사찰관을 현지에 장기체류시켜 감시카메라등으로 핵물질의 전용 여부를 감시하겠다는 최종 타협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IAEA에 의해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연료봉교체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IAEA사찰관이 봉인조치한 뒤 안전한 창고에 보관토록 하는 방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플루토늄의 국제관리(IPS)로 불리는 이 방안은 원래 IAEA회원국의 잉여 핵물질을 IAEA에 위탁보관케 할 목적으로 IAEA규정에 명시돼 있으나 아직 한번도 실행에 옮겨진 적이 없다.

 이러한 방안은 연료봉교체문제를 타개해보려는 IAEA의 궁여지책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IAEA로서는 북한이 샘플채취를 거부한다고 해서 먼발치서 연료봉교체작업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처지다. 핵안전조치상의 의무란 샘플채취와 같은 소위 환경감시 이외의 사찰활동까지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는 북한의 핵개발계획을 현 단계에서 동결시키고 이미 개발된 부분은 추후 원상회복시킨다는 2단계의 북핵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북영변의 5MW원자로 연료봉교체시 발생하는 핵물질은 어떤 형식으로든 안전하게 관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정작 문제는 북한이 이번 연료봉교체작업 과정에서 또다른 핵물질의 전용의혹을 자아내거나 이를 핑계로 지난 3월 불발로 그친 핵사찰재개 약속을 어기는 경우에 발생한다. 미국은 그같은 최악의 상황이 오면 여러 단계의 대북제재 수순을 어김없이 밟아갈 것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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