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인 두둔 인상 농림수산부에 분통/“시기 늦췄지만 유통개혁 꼭 실현” 별러 「농안법 파동」의 1라운드에서 중매인들의 집단행동과 농림수산부의 「현실논리」에 밀렸던 민자당이 2라운드에서 기세를 올리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청와대가 법시행의 6개월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농림수산부의 손을 올려줘 일종의 「열패감」마저 느꼈지만 6일 청와대가 법조항을 더욱 강화할 방침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농민과 도시소비자를 볼모로 농수산물 유통시장이 공황상태까지 치달은 까닭에 어쩔수없이 일단 칼을 거둬들였지만 청와대의 뜻을 읽은 이상 법취지의 퇴색은 있을수 없다는게 민자당의 일치된 목소리이다. 특히 중매인들의 압력에 굴복, 이들의 도매행위를 일부 용인하자는 얘기가 농림수산부에서 공공연히 제기되자 민자당은 『공직사회 복지불동의 대표적 사례』라고 흥분하며 『이젠 채찍을 행사할때』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민자당이 「전의」를 불태우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개정농안법이 최초의 농정개혁입법으로 여론을 타고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중매인들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법시행을 강행해 정부·여당이 한차례 곤욕을 치렀지만 이번 기회에 농수산물 중개인들의 횡포가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역으로 법시행을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것이다.
아울러 1라운드 힘싸움에서는 청와대가 정치사회적 파문을 의식, 결과적으로 농림수산부편에 섰지만 2라운드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민자당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청와대당국자가 6일 『이번 사태의 시말은 농산물 유통구조상의 부조리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그러나 전반적 문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만큼 농수산물 유통작업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말한것이 당과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보는것이다.
셋째는 농림수산부가 이번 사태를 충분히 예견할수 있었음에도 사전대비를 하지않아 「앉아서 당하는」형국을 초래했음은 물론 오히려 중매인의 입장을 대변하는것 처럼 비쳐져 스스로의 입지를 좁혔다는 점이다.
이와관련, 당의 정책관계자는 『한때 농림수산부가 중매인들의 대리인같은 주장을 펴 어떤 「커넥션」이 있는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있었던게 사실』이라며 『농림수산부가 1년간의 유예기간중 손을놓고 있다가 법시행 며칠을 앞둔 4월하순에야 법시행을 다시 유보해달라고 덤빈 이유를 알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림수산부가 수급불균형때문에 파생되는 일정비율의 잔품범위내에서 중매인에게 매매행위를 허용해주자는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법취지를 뒤흔드는 독소조항』이라며『개정농안법의 전제조건인 농산물의 규격화·표준화가 안돼 있다면 지금부터 서둘러 해결방안을 모색하는게 바른 태도』라고 지적했다.
민자당은 「시행시기 연기불가」라는 당초 입장을 후퇴시키긴 했지만 끝까지 「유통구조 개혁」명분을 놓지않음으로써 이후 국면을 주도할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전농이나 경실련등이 대비없는 법시행을 비판하며 일부조항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중매인등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고 『유통구조개선없이 농정개혁이나 UR대책이 있을수 없다』는 인식에는 누구도 이론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다.
그러나 농안법파동은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이 내부정책갈등을 해소하지 못한채 국민을 볼모로 마치 「농수산물 유통시장마비와 그 영향」이라는 실험을 한 양상이어서 당정의 신뢰성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고 해야 할것같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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