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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 망언/「극우」가속도붙을까 촉각/기대했던 연정에 배신감·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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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 망언/「극우」가속도붙을까 촉각/기대했던 연정에 배신감·긴장

입력
199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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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정부 반응/북핵 공조 필요시점… 신중대응 정부는 나가노 시게토(영야무문) 일법무장관의 망언이 하타 쓰토무(우전자) 신내각이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터져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사태의 전개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엄중한 항의의 뜻을 일본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현지공관을 통해 나가노법무장관 「발언」의 진의와 배경을 파악한뒤 장단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가 나가노법무장관의 발언을 특히 우려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전쟁책임에 대해 비교적 전향적 입장을 견지해온 사회당, 사키가케등이 빠진 현재의 일 연정내에서는 이러한 「극우」 목소리가 가속도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점때문이다. 물론 일본의 정권교체기에 각료들의 돌출적인 발언이 한일간에 외교적 마찰을 불러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 우리 정부는 일본국민 또는 일본의 지배집단중에는 「나가노식 사고」를 하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기때문에 불필요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며 신중한 대응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이번에 나가노법무장관은 태평양전쟁을 『식민지 해방 전쟁』이라고 미화하고, 나아가 당시 한국의 정신대가 「공창」이었다는 극한발언을 서슴지않았다. 때문에 호소카와총리에서 하타총리로 이어지는 일본의 연립정권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 정부로서는 적지않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우리 정부내에는 일본의 연립정권출범이후 한일간 두차례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어렵사리 마련된 미래지향적 관계로의 발전토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긴장감까지 감돌고 있다. 정부는 특히 아직까지 현안으로 남아있는 「정신대 보상문제」의 해결이 새로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법무장관은 내각에서 총리다음으로 서열 2위의 자리일 뿐만아니라 정신대문제 해결에 있어서 핵심적인 관건인 법적 뒷받침을 바로 법무부가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때문에 우리 정부내에는 차제에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사과를 받아내야한다는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기존의 한일역학관계에 따른 미묘한 기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가노장관의 발언이 북한핵문제해결을 위해 그 어느때보다도 한일간의 공조가 요청되고 있는 시점에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를 진퇴양난에 빠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는 일본내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계기로 자위대의 「집단자위권」을 인정하자는등의 「국수주의적 개헌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나가노장관의 「발언철회」에도 불구, 사실의 진상과 관련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청하는등 강도높은 대응을 하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태성 기자】

◎일 정가/「신보수화」… 의도성여부 주목/야당 “정책 성격 바뀌었다” 정치쟁점화/“개인적 발언” 진화 불구 미봉책 의심

 나가노 시게토(영야무문) 일법무장관의 태평양전쟁과 남경대학살에 관한 발언이 아시아국가들은 물론 일본국내에서도 큰 파문을 일으키자 그는 6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잘못된 것이었다』고 사과하고 발언을 취소했다.

 그러나 그의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쳤기 때문이라고 보기보다는 이것이 국제문제화될 조짐을 보이자 우선 발등의 불을 끄고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미봉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외유중인 하타(우전자)총리는 나가노법무의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을 직감, 파리에서 『나가노법무의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하타총리의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각국은 물론 호주를 비롯한 여타국가에서도 강한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사회당등 야당들도 이를 정치문제로 삼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하타정권은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사회당의 구보(구보) 서기장은 호소카와전총리가 2차대전을 「침략전쟁이었고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밝힌 점을 지적하면서 『호소카와정권을 계승하는 하타정권에서 각료가 전정권을 전면부정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정권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볼수 밖에 없다』면서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내각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또한 사키가케와 공산당도 국회에서 추궁할 뜻을 내비쳤다.

 여당내에서도 일본신당과 공명당등은 과거의 전쟁책임을 명확히 하는데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나가노법무의 발언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명당의 간자키(신기무법)전우정장관은 『태평양전쟁은 침략의 면이 있었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남경대학살도 그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전제하에 논의돼야 한다』면서 『이번 발언은 나가노장관의 개인적인 측면이 강한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대전후 일본을 지배해온 보수세력은 일본의 한국식민지배나 2차대전, 일본의 평화헌법에 대해 수시로 제국주의적인 발상을 피력해왔다는 점에서 일본육사와 자위대출신인 나가노의 이번 발언 역시 그 연장선에서 나온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3년 한일회담 3차회의에서 일본측수석대표인 구보타(구보전관일랑)가 『일본의 식민통치는 한국인에게 유익했으며 한국점령은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편 소위 「구보타망언」을 시발로 우익인사들의 일본민족 우월의식은 간헐적으로 표면화됐다.

 지금까지 망언을 일삼은 인물들은 모두 자민당이었거나 자민당에 뿌리를 두고있는 신생당소속이다. 신생당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하타정권은 호소카와정권때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과 새로운 우호선린관계를 정립하려던 외교방침에서 후퇴, 신보수주의의 길을 걷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도쿄=이재무특파원】

◎각국반응/“역사적 사실로 이미 판명/대국적견지 심각처리를”/중국/대만 “과거회개… 평화노력을”/베트남 “불만의 파도 유발될것”

▷중국◁

 나가노 시게토(영야무문)일법무장관의 망언에 대한 중국정부의 반응은 전례없이 신속했다. 망언이 공개된 4일 중국 외교부는 『일본의 각료가 사실을 부인하면서 일본군국주의의 침략행위를 변호하려는데 대해 놀라움(진경)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일본정부는 양국관계의 대국적 견지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라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차 떠난뒤 나오는 중국 외교부의 논평」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언제나 느린 중국외교부의 논평이 이처럼 빨리 나오는 것은 흔치 않다. 그리고 이 관련 기사는 5일자 당기관지 인민일보의 1면에 「일본 법무장관이 중국침략의 역사사실을 부인한데 대해 아국의 외교부대변인이 강력비판, 논박했다」라는 제목아래 돋보이는 편집으로 게재했다.

 이와 관련한 방송뉴스도 5일부터 비중있게 취급됐다. 또한 5일의 중국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이같은 중국측의 입장 표명은 반복됐다. 오건민대변인은 아울러 중국정부가 일본측과 교섭을 갖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룰 것을 요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정부는 나가노망언에 대한 입장을 신속히 정리, 발표한 이후에는 일단 일본의 대응을 지켜보자는 것같다. 외교부정례브리핑에서 프랑스를 방문중인 하타(우전)총리가 나가노의 발언이 「부적절한것」이었다는 발언에 주의한다고 밝힌 것과 또한 6일자의 신문보도에서는 이 관련기사가 크게 줄어든 사실이 이러한 중국측의 자제 움직임을 엿보게 한다.

 4일의 외교부 성명도 이러한 자제자세는 이미 엿보였다. 분노를 표현하기에 앞서 이 성명은 『일본군국주의의 중국침략전쟁으로 중국인민들에게 심각한 재난을 안겼으며 남경대학살은 일본군국주의가 범한 엄중한 죄악의 하나로 국제사회는 이미 역사적 사실로 정론화했다』고 나가노의 역사인식이 착오적임을 환기한뒤 정확한 역사인식이 중국과 일본간의 우호합작관계의 기초임을 강조했다.【북경=유동희특파원】

▷대만◁

 대만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나가노 발언에 대한 유감과 분노의 뜻을 표명하고 이를 규탄하면서 『일본군벌이 중국을 침략했다는것은 부인될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일본정부에 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 과거의 잘못을 회개하고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대북 로이터=연합】

▷베트남◁

 베트남은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나가노 발언은 『전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위배되고 있으며 일본이 제2차대전중 아시아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 일본지도자들이  아시아인들에게 사과한 것과도 배치되고 있다』면서 아시아에서 『강력한 불만의 파도』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하노이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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