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움직이는 검은돈 “10억불”/수표·어음·개인통장도 없어/정기예금 이자률은 연16% 지난해 7월 호치민시에서는 베트남판 장령자사건이 터졌다. 사상 유례없는 이 지하금융사고로 10명이 자살하고 10명이 구속됐다. 베트남판 장여인은 쭝호아라는 인기여가수. 그녀는 우리의 계와 비슷한 후이(HUI)라는 사금융제도의 계주역을 하면서 돈을 끌어모아 사채놀이를 하다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돌아오지않아 회원들에게 약속한 돈을 못주게 되자 파산을 선고했다. 이때문에 다른 후이도 연쇄적으로 깨어지게 되었다. 피해규모만도 5백만달러. 이 사건은 베트남의 열악한 금융제도와 국민들의 제도금융기피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국영은행 ▲민간은행 ▲외국합작은행 ▲외국은행지점 ▲신용조합 ▲금융회사등이 금융영업을 하고 있다. 국영은행은 대외무역은행(VIETCOM BANK) 농업개발은행(AGRICULTURE BANK) 상공은행(INCOM BANK)등 3개이고 일종의 주식회사형태로 개인이나 조직이 주식을 소유하는 민간은행은 사이공상공은행등 전국에 40개가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은행이 많은데도 우리나라처럼 온라인화된 은행은 단 한곳도 없다. 대외무역은행이 인편으로 호치민과 하노이 지점간 온라인 입출금업무를 보고있다. 통장발행제도도 없어 은행에서는 입·출금때마다 영수증에 액수를 적어준다.
지난해 9월 제일은행과 대외무역은행의 합작은행인 퍼스트비나은행이 자기테이프가 부착된 통장을 베트남 최초로 발행, 선풍을 일으킨 것만 보아도 베트남 금융제도의 낙후성을 실감할 수 있다. 약속어음이나 자기앞수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후이조직 4백개
베트남 최대은행인 대외무역은행은 16개 지점마다 별도의 정관이 있고 외화자금운영등 각종 업무를 지점별로 따로 한다. 각 지점은 자금사정에 따라 지점장임의로 대출을 하고있으며 지점장이 직원임금을 정할 수도 있다. 지점이 발행한 보증서에 대해 본점이나 다른 지역 지점이 보증채무를 지지 않는데 이 때문에 외국기업들이 골탕을 먹기도 한다.
베트남화폐인 동화에 대한 정기예금이자율은 연16%, 반면 후이는 월20%, 연2백40%의 이자소득을 주고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후이등 사금융이 발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형 계주는 호치민시에 39명정도, 후이조직은 4백개가 넘는다. 한 계원이 여러 후이에 가입하거나 심지어 1백개의 후이에 가입, 하루 4만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큰 손도 있다고 한다. 베트남 정부는 지하금융의 규모를 대략 10억달러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저축기피 성향도
베트남정부는 금과 달러의 민간보유액이 20억달러에 이른다고 분석, 지하금융자금과 안방 깊숙이 묻혀있는 자금을 제도금융권으로 흡수키위해 안간힘을 쏟고있으나 은행을 통한 정상적인 자금융통이 사실상 어려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취약한 재정구조, 오랫동안의 인플레로 인한 저축기피현상, 한탕주의, 외국인들이 부추긴 부동산가격상승,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랑보다는 은폐의 대상이 된 부의 은폐심리로 부정부패와 밀수, 탈세와 뇌물로 얻은 수입은 결국 지하경제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호치민=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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