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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망언,일본의 두 얼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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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망언,일본의 두 얼굴(사설)

입력
199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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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망언을 했다. 나가노 시게토(영야무문) 일본법무장관은 3일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식민지 및 대동아공영권의 해방을 위한 것이었고 남경대학살은 날조된 것이다』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법무장관이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분노와 함께 신국가주의가 대두하고 있는 일본의 오만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각료등의 망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54년 한일회담수석대표 구보타(구보전)가 『36년간의 식민통치로 한국인들은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첫문을 열었고 오히라(태평정방)당시 외무장관은 『국교정상화때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유무상의 5억달러는 구종주국인 일본의 한국의 독립에 대한 축의금이다』라고 이를 뒷받침하고 나와 우리국민들의 분노를 샀었다. 86년엔 후지오(등미정행)당시 문교장관이 『교과서 검정에 대해 비판하는 놈들』로 시작되는 폭언을 해 아시아 각국민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일은 기억에 새롭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망언, 사과로 이어지는 정치행태를 국제정치에서 교묘하게 이용해왔다. 이들은 일본이 국가간의 교섭이나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이같은 발언으로 각국의 반응을 살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도 그동안엔 부분적인 문제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번엔 전쟁자체에 대한 일본정치지도자들의 속마음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최근 신국가주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일본의 행보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각국은 호소카와(세천)와 하타(우전)로 정권이 이어진 과정에서 점점 색깔이 진해지고 있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해왔다. 육상자위대 막료장을 지낸 우익의 선봉장인 나가노같은 사람이 법무장관이 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일본연립정권의 막후실력자이자 신생당 대표간사 오자와(소택일랑)는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국제공헌면에서의 제약을 가능한 한 해소해 일본은 보통국가가 돼야한다』고 저서 「일본개조계획」에서 밝힐만큼 우익세력은 「경제력에 어울리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공공연히 외치고 있다. 이번 나가노의 망언은 이러한 우익의 생각을 대변한 것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은 침략전쟁을 솔직히 사과해야 한다』고 한 호소카와나 하타총리의 발언 뒤에 숨은 일본의 또 하나의 얼굴을 정확히 보고 대처해야 한다. 과거를 잊고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하는 것도 좋지만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도 정신대문제등 전후처리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과거를 합리화하려는 정치지도자들의 왜곡된 역사관과 군사대국화 움직임이 한일관계는 물론 세계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군사대국화보다 지금은 패전후 50주년을 앞두고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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