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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민생/박무 경제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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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민생/박무 경제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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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인데도 그을린것처럼 거무스레한 하늘…. 자욱한 매연 때문에 날이 흐린건지 맑은건지 분간 안가는 날이 많다. 비갠날 아침 하늘을 보면 일상적인 우리 하늘이 얼마나 더럽혀져 있는지 알수 있다. 김포 공항에 내리면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는 해외교포들이 적지않다. 외국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어느 나라건 공항에 내리면 갑자기 가슴이 시원하고 상쾌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달콤한 공기, 하얀 햇살, 푸른 숲이 가장 인상 깊은 첫 경험이라는 얘기들이다. 그만큼 공기가 다른것이다. ○정책의 백치상태

 서울의 공기는 냄새가 난다. 사는 사람들은 모르고 지내지만 우리의 대기 오염은 그냥 느낌으로도 이상을 알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산성안개다 광화학스모그다 뭐다해서 난리들이지만 아무도 그 심각성에 대해 정확한 실측과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것같다. 이대로 마냥 내버려 둬도 정말 괜찮은 건지, 수돗물파동 처럼 문제가 터져야 비로소 「문제」가 될수 있는건지…. 오염된 숨쉬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버스 꽁무니에서 시커멓게 뿜어내고 있는 매연은 사람을 어이없게 만든다. 당장 눈으로 봐도 목구멍과 가슴을 해치고 생명을 오염시킬것 같은 그 꺼먼 연기를 어떻게 저렇게 오랜 세월동안 아무 거리낌없이 뿜어낼수 있는것인지. 매연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적 도시풍경으로 자리잡은지 수십년이 넘었다. 마음만 먹으면 손쉬울 수도 있는 이 매연 하나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것을 보면 대기오염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무관심을 넘어 백치상태라고밖에 달리 할말이 없을것이다.

○국민희롱 구호만

 출근길 거리에 나서 보면 그 거대한 혼란과 무질서에 압도당하는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다. 무력감과 낭패감, 좌절감에 눌려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는것이다. 교통체증 때문에 연간 경제적손실이 5조니 6조니 하는 식상한 말들을 듣기 전에 버스와 지하철속에서, 늘어서있는 자동차속에서 느끼는 착잡하게 억눌린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곤혹스럽다는 얘기들이다. 정책도 없고 계획도 없고 비전도 없고…. 정말 이렇게 밖에 안되는건가 하는 울분같은게 솟는다고 말들을 한다. 정책의 백치성, 행정의 무능과 나태, 정치하는 사람들의 철두철미한 당리당략과 민생소외에 분노를 느낀다는것이다.

 서울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이 집없이 전세나 월세살이를 하고 있지만 전세 월세 정책을 다루는 소관부서 하나 뚜렷한게 없고 정책하나 시원한게 나오지 않고 있다. 줄이 없으면 병원에 못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료행정이 엉망이고 부실하지만 누구하나 이렇게 버려지다시피 방치되고 있는 민생문제들을 다잡아 정말 한번 「개혁」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대학입시를 비롯한 교육문제도 해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개선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어디 한군데서 그럴듯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이 원하는건 오로지 권력이고 세력뿐인것처럼 보인다. 「생산적」인 정치를 하고 민생을 위해 정책을 「생산」하겠다던 얘기들은 선거때나 하는 말인것 같다. 『출근 때 짜증 나시죠. 교통문제를 시원스럽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하던 선거때의 구호는 국민을 희롱하는 한낱 우스갯소리 같이 돼버렸다.

○“지금은 민생개혁”

 교통 환경 교육 의료 주택등 기본적인 5대 민생문제는 너무나 오랫동안 외면당하고 소외돼온것들이라 개혁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대처해나가도 해결이 쉽지않다. 민생을 내버려두고 「정치」에만 열중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대다수 시민들은 실망하고 있으며 분노를 느끼고 있다. 지긋지긋하다는 「정치」는 이제 좀 뒀다 하고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서 민생문제에 전념을 해주었으면 하는것이 온 국민의 바람일것이다. 지금은 민생개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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