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정부는 밀수단속에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애써 외자를 유치해 공장을 건설, 제품을 만들어내도 밀수품이 범람하는 바람에 재고가 쌓이기 일쑤며 이 때문에 일부 공장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1백80 떨어진 국경도시 랑손을 지나 20정도 더 올라가면 나타나는 동당마을. 중국과 1·5밖에 안떨어진 이 곳에는 매일 적게는 50대에서 많을 때는 1백대의 트럭이 모여 중국서 들어오는 각종 상품을 싣고 베트남 전역으로 흩어진다. 트럭들 사이로는 짐을 잔뜩 실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보따리를 든 사람들의 행렬도 눈에 띈다. 이들은 중국에서 맥주 담배 옷등의 소비재를 들고와 베트남상인들 손에 넘기고 있다.
트럭을 이용하는 밀수꾼들은 옷감 건자재 유리 전자제품 그릇류 신발 화학제품등의 공산품을 중국에서 가지고 오며 대신 농산물과 망고 바나나등의 열대과일, 게 뱀 개등을 중국으로 보낸다.
이밖에도 라오카이 라이총등 20여곳의 국경도시에서도 밀수가 이뤄지고 있으며 야산이나 하천을 통해서도 상당량의 밀수품이 반입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와 라오스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밀수품은 중고차 오토바이에서부터 일반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금액도 엄청난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트남의 대외교역의 66%를 차지하는 호치민시도 밀수에서 예외가 아니다. 수입상품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도착, 하역을 마치면 지방국영회사나 경제부처소속회사들의 화물은 막바로 보세창고로 옮겨져 현장통관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화주들은 세관원에게 뇌물을 주고 수입금지품목등을 통관시키거나 수입량을 속이는 방법으로 밀수를 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루트로부터 들어오는 밀수품으로 인해 하노이나 호치민시의 상가에는 시바스리갈 조니워커등의 양주와 말보로 던힐등의 담배, 치즈크래커 전자제품등의 상품이 넘치며 일제도요타자동차와 미국산 자동차까지 즐비하다. 또 초코파이와 88담배, 진로소주등 한국상품도 눈에 띈다.
밀수품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이 안되고 있지만 시중상품의 30∼40%가 밀수품인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노이지역의 신발 의류공장은 쌓여가는 재고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남부지역의 경공업공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베트남정부는 밀수를 단속해야만 경제개발계획이 제대로 성과를 거둘것으로 보고 각종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생산능력이 미미한 베트남에서 밀수품의 공급을 차단할 경우 엄청난 생필품난을 겪을 수밖에 없어 전면적인 단속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또 고위층의 단속의지가 부정부패에 물든 중하위층관리들에게 먹혀들어가지 않는데다 밀수를 하다 적발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밀수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밀수가 성행했던 60∼70년대의 우리나라와 너무나 흡사한 어려움을 베트남은 겪고 있다.【랑손=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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