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뒤늦게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이겠다고 야단이다. 정재석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지난 2일 국제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과감한 발탁인사로 보상하고 해외연수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주재회의에 장관만이 아니라 간부들도 자주 참여하도록 하고 국·과장등 중간간부들에 대한 공동연수도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크게 주목할게 없는 사안이지만 공무원들은 『항상 공무원들에게 매만 들던 정부가 웬일이냐』고 눈을 크게 떴다. 공무원의 사기라는 표현 자체가 현 정부 출범이후 1년3개월만에 처음으로 무게를 실어 나왔기때문이다. 얼핏 보기엔 가뭄끝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다. 그동안 공직사회의 물갈이가 일종의 개혁의 돌파구였고 눈만 뜨면 부정적인 공무원상이 여론을 지배해왔으며 『공무원들은 구태를 벗고 개혁을 따라오라』는 일방적 외침만을 들어오던 터에 정부가 공무원사기에 눈을 돌린다는 것은 시각의 대전환일 수 있다. 정부의 입장전환은 『공무원이 더 이상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동반자』라는 표현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단비가 마르기도 전에 이번 조치에 대해 핵심이 빠졌다는 쪽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정부가 제대로 된 공무원상을 갖기에는 아직도 멀었다고 말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공무원들을 여전히 자기집단으로 인식하지 못한채 「남」이라고 간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혁의 주체는 변함없이 소수의 핵심세력이고 공무원들은 이 테두리안으로 들어설 수 없는게 현실이다. 공무원들은 타인이긴 하되 좋게 봐줘서 동반자일뿐이다. 그러면서 일은 많이 시킨다.
공무원들은 왜 자신들이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자신들에겐 봉급인상도 해외여행도 발탁인사도 부수적일뿐이다. 개혁의 주체로서 끌어안아주고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게 급선무란 것이다. 부정적인 공무원도 있는게 사실이지만 그늘에서, 비좁은 집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공무원들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인 평균 공무원상을 산출해보고 후자에 가깝다면 정부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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