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제안」서 매력적 대가준듯/“북 선택폭 좁다”긍정 반응 기대 북핵해결을 위한 북미간의 대화채널이 재가동중인 가운데 미국의 고위관리들이 대북 선심공세를 펴고 있다.
빌 클린턴대통령과 윌리엄 페리국방장관, 로버트 갈루치북핵전담특사등 미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3일 일제히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는 경우 대북경제 지원은 물론 그들의 안보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까지도 취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하고 나섰다.
페리국방장관은 특히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포기 대가로 「정치·경제·외교·안보등의 광범한 이슈」를 검토할 의향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페리와 같은 고위 미당국자가 북핵문제와 관련해 안보분야에 관한 협상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정부의 새로운 대북 유화제스처는 미국이 북핵문제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위해 지난달말 뉴욕의 실무접촉을 통해 북측에 전달한 모종의 새로운 제안에 대한 평양측의 응답이 임박한 가운데 나온것이다. 미행정부관리들은 뉴욕접촉이후 이제까지 그들의 새 대북제의 내용에 대해 함구해왔다. 따라서 클린턴을 비롯한 고위관리들의 3일 발언은 그들이 이미 북한에 매력적인 유인책을 제시해놓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로 보인다.
갈루치특사는 이날 회견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3단계회담에서 핵문제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등 모든 문제에 대한 철저하고 광범한 논의가 있을것임을 북한측에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을 준수토록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갈루치의 발언은 「광범한분야」에서 북한측과 협력할 의사를 표명한 페리장관의 연설이나 북미간의 「건설적인 우호관계」를 촉구한 클린턴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것이다.
물론 이들의 발언은 북핵문제에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기존의 정책노선에서 크게 벗어난 게 아니다. 클린턴은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하면 북미관계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될것이라고 경고했고 페리와 갈루치도 유엔의 제재를 거론했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은 근래에 보기드물게 유화적인 동시에 낙관적이었다.
페리장관이나 갈루치특사는 심지어 북한의 군사정전위 일방철수 조치에 대해서도 『그 문제는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더 이상의 자극적인 논평을 자제했다. 워싱턴의 분석가들은 북한의 군사정전위 철수와 평화협정체결 요구에 대한 미국측의 덤덤한 반응은 어차피 이들 문제가 향후 재개될 북미회담이나 남북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할 이슈라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된것으로 풀이한다.
즉 최근 1∼2년간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군사정전위의 앞날은 오래전부터 누구나 예견할 수 있었던 사태진전이며 평화협정 체결문제도 핵문제 해결이후 한반도의 안보체제 재편과정에서 자연히 풀리게 될것이라는 낙관론의 반영이다.
클린턴행정부의 이같은 낙관적태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을 핵안전협정의 테두리안에 묶어둘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들이 북한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데서 연유한다.
현재의 분위기로 볼때 클린턴행정부는 북한이 핵사찰의 영속성을 깨지 않는한 단계적인 대북 관계정상화 조치를 꾸준히 모색해나갈 전망이다. 대북관계개선의 모델로는 월남전참전 실종미군 수색문제와 국교수립을 연계시켰던 베트남방식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