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조속히 정상화된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파동의 발생과 수습과정은 우리 농정과 농수산물 유통체계의 근대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것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보다 중요한것은 우리의 농수산물유통체계가 취약하고 전근대적이며 이것을 근대화하는것이 얼마나 어려운것인가를 실감케 했다는것이다. 또한 중매인의 중매와 판매 겸업행위를 금지시킨 농안법(농수산물유통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의 근간이 현실적으로 무리였다면 당·정이 법안의 수정등을 왜 사전에 조율하지 못하고 이번 파동같은 사태가 일어날 때까지 끌고왔는가 하는 의아심을 갖게 한다. 정부의 정책집행이나 당·정정책협의체제의 효율성에 회의를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는 농림수산부가 중매인들의 실력행사에 백기를 든 형태로 일단 불을 끈것이므로 앞으로 온갖 이익집단들이 사유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일단 행동하고보자는 실력행사 제일주의 풍조를 만연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갖게 한다.
농림수산부가 농안법시행을 6개월간 연장하고 이 기간동안에 도매시장제도 및 운영개선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를 검토, 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것은 농안법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판단을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겠다. 농림수산부는 검토 결과 필요하다면 현행 농안법에 대한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자세로 알고있다.
농수산물유통개선의 목적은 유통단계를 축소, 그 비용을 절감하여 생산농어민과 도시소비자에 다같이 이익을 증대시키자는 것이다. 농안법의 취지도 바로 이것이다. 다만 그 수단으로 중매인에게 판매겸업을 금지토록한 것이다. 유통경비를 줄여보고 이들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 밭떼기, 매점매석등 부정거래행위를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농수산부의 이번 검토는 뜨거운 쟁점이된 중매인들의 판매행위금지문제에만 초점을 둘것이 아니라 유통체제·제도의 개선과 기반조성방안등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대책에 역점을 둬야할 것이다. 중매인의 비리가 있다면 관계법으로 대처하면 된다.
중매인의 중매·판매행위 분리가 유통구조개선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유통구조개선 그 자체에 비하면 중매인의 문제는 지엽적인 것이다. 농립수산부는 유통구조개선에 대해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인기농림수산부장관은 검토할 유통구조개선방안으로 생산자조직의 생산·유통계열화, 공영도매시장의 확대, 농수산물의 포장화·규격화유도, 산지집하장의 공판장허가, 농수산물소매업자협동조합설립지원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나열식 도상대책이 아니라 정책집행계획이다. 6개월뒤에 현실적이고 비전있는 농수산물유통개선 청사진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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