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환경 변화방향 등 고려/당정·국회심의과정 「손질」폭 관심 복수노조금지조항 철폐등을 골자로 한 노동관계법 연구위원회의 관계법 개정안(한국일보 3일자31면) 은 재야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반영하고 있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최종안에 그 골격이 얼마나 수용될지 크게 주목된다.
연구위원회의 개정안은 정부로 넘겨져 공청회와 부처간 협의 및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되는데, 이 과정과 국회 심의에서 적지 않은 논란과 「손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복수노조금지조항의 철폐는 근로자에게 노조 선택의 자유를 주고 노조활동에도 경쟁 원리를 도입, 단일노조체제의 완강한 틀을 허무는 획기적 조치다. 연구위는 그러나 사업장별로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만들 개연성이 있는데다 노조간에 소모적 투쟁이 빚어질 것을 우려, 상급단체에만 복수노조를 허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노조 허용은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등 재야노동계의 실체를 인정하는 의미를 지녀 「노총 유일체제」가 사실상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노총의 강경한 반발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불순 노동단체의 조력으로 불건전하고 과격한 노조활동이 벌어지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존속해 온 제3자개입 금지조항 철폐는 노조와 재야노동계의 협력및 노조간 연대 차단장치를 없애는 역시 획기적인 조치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노조활동에 노동전문가의 조력을 쉽게 받을 수 있고, 노동단체간에 정보·지식의 교류가 자유로워져 노조활동의 활력과 자율이 크게 신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정부가 그동안 분규현장을 외부와 차단하는데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란 견해도 있다. 또 사용자측이 「구사대」등을 동원하는데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노조의 정치활동 보장은 비교적 논란이 적은 부분이다. 『사업장이 정치판으로 변할 우려가 있다』는 이견이 있으나 현재도 노조원 개인자격으로는 정당가입이 가능해 정치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시비거리로 남겨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연구위의 개정명분이다.
이 개정안이 안고 있는 파란의 가능성은 92년 4월 노동관계법 연구위원회의 구성에서 이번 개정안 제출까지 우여곡절을 거듭한데서도 두드러진다.
92년당시 재야 노동계는 물론 한국노총과 사용자측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노동관계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자 정부는 각계 권위자 18명으로 연구위원회를 구성,『정부는 개정안 작성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연구위의 개정안을 전폭 수용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연구위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 국회제출을 목표로 개정작업을 했으나 정부가 금융실명제 실시로 위축된 산업계에 새로운 분규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법개정 자체를 연기, 개정안 제출을 1차 연기했다.
그러나 연구위는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이후의 새로운 국제무역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수준에 맞는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을 업고 다시 개정안 제출을 연기한 끝에 파격적으로 전향적인 내용으로 새로 손질한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같은 경위와 정부의 노동정책 및 경제환경의 변화등을 감안할 때 이 개정안은 국회통과에 이르기까지 파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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