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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는 썩는데…”농민분노/유통 전면마비/경매중단 지켜보며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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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는 썩는데…”농민분노/유통 전면마비/경매중단 지켜보며 발동동

입력
199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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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입량 평소 10%선… 품귀현상/무값 50% 껑충… 생선 아예없어 농수산물도매시장 중매인들이 도매업무거부와 함께 경매에도 참가하지 않아 품귀와 가격폭등등 국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게됐다.

 이날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반입된 과일 채소류는 평일의 10분의 1도 채안됐고 그나마 생선류는 아예 반입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하오 7시30분께 도매법인 (주)중앙청과경매장에서 엽상추경매를 처음으로 실시하려 했으나 중매인들이 모이지 않아 경매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로인해 경기도 일대에서 반입된 엽상추 4천여상자중 3천상자는 도매법인의 알선으로 직거래를 통해 전날값보다 5백∼1천5백원가량 떨어진 헐값으로 농산물직판장이나 영등포 청량리등 주위시장에서 온 상인들에게 넘겨졌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에서 온 모종하씨(45)는 『상추 3백50상자를 가져왔는데 경매가 되지않아 반은 헐값에 팔고 반은 청량리시장으로 보냈다』며 『이런 상황이 오래 갈수록 피해를 입는 것은 농민뿐이지 않겠느냐』고 분노했다.

 중매인은 물론 중매인들의 단체행동 소식을 들은 구매자들도 시장에 나타나지않아 경매장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에서 농협소속 부락작목반장 12명이 호박 2천3백상자를 가져왔으나 경매가 성립되지 않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경매장 한구석에 모여 물량처리를 두고 고심했다. 예산읍 관작리 이경식씨(47)는 『마을 사람들이 TV뉴스를 듣고 아침일찍 마을 회관에 모여 한창 출하중인 호박판매문제를 의논한 뒤 도매시장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부락작목반장을 앞세워 올라왔다』며 『산지에 쌓아놓고 썩이느니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호박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날 하오 8시께 도매법인 서울청과(주)소속경매사들이 5∼6명가량의 중매인들이 모인 가운데 상추경매를 시도했으나 주변에서 『이것이 무엇하는 짓이냐』는 고함이 터져나와 경매가 중단됐다.

 품귀현상이 예상되자 시내 일부 농수산물소매상들은 가격폭동을 노려 물건을 감춰놓고 팔지않았다.

 3일 서울 경동시장등 재래시장에 의하면 중매인들이 준법투쟁을 결의한 이날 산지 반입량 감소와 중매인의 도매행위 중단으로 인한 거래량 격감 현상을 우려, 재래시장에서 파와 무등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산물 소매가격이 20∼50%씩 올라 농산물가격 파동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날 오후 경동시장에서 무값은 상품 기준으로 1천5백원에 거래돼 2일의 1천원보다 50% 올랐으며 대파 1단은 1천원에서 1천2백원으로, 양배추는 3개들이 1망에 5천원에서 6천원으로 올랐다.

 또 양파와 마늘등 양념류와 사과, 배등 과일류도 반입량 감소로 가격 인상의 기미를 보여 연쇄적인 농산물 가격급등이 예상된다.

▷농안법◁

 정부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거래관행을 바로잡기위해 중매인들의 도·소매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개정된「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마련, 지난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중매인들이 판매행위를 할 경우 3년이하의 징역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한달동안은 도매행위를 해도 처벌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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