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장단 흥겨운 신토불이 인형극”/전통꼭두각시 놀음 변형 “참신”/어린이관객과 함께 율동·노래 시간도 『얼수야! 힘내』
닥종이와 비단으로 만든 가지가지 인형이 힘차고 용감하게 움직인다. 1백여석의 조그만 극장에 모인 올망졸망한 아이들은 손뼉을 치기도 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면서 얼수의 용맹에 빠져든다. 장구, 북, 꽹과리의 흥겨운 장단이 분위기를 돋운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하늘땅 소극장(747―4111)에서는 엄인희 극본, 공호석연출의 창작 인형극 「바보 얼수 이야기」가 공연되고 있다.
아기자기한 인형극의 맛에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가미한 이 연극은 서양동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들이 「어린이 날」 연극을 대거 점거하고 있는 시점에 오히려 참신하다.
전통 꼭두각시 놀음을 변형한 연출자는 관객인 어린이들이 극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짬짬이 율동과 노래를 하는 시간까지 집어넣는 섬세함을 보이고 있다.
흥겨울 때면 「씨구절 씨구얼」이라고 추임새를 붙이는 얼수는 꼬마 신랑에게 시집간 새아씨를 놀리고, 거들먹거리는 양반에 맞서는 개구쟁이다. 「얼씨구 절씨구」라는 어머니의 말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씨구절…」이라고 말할 정도로 멍청하지만 마음씨만은 착하다.
그러던 중 얼수네 마을에 금롱이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자 원님은 금룡을 잡는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고 한다. 잘난 체 하던 선비도, 우락부락한 산적도 금룡에게 잡아먹혔지만, 얼수가 금룡을 물리치고 괴물의 뱃속에 있던 어른들을 구해낸다는 이야기이다. 얼수는 앞니가 빠진 원님의 딸과 결혼한다.
연출자 공호석씨는 『무대의 외형이나 음악장단 등에서 우리 것을 나타내려고 했다. 얼수가 인사하는 방법을 배우는 장면등을 통해 교육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이 시작되기 전 10분정도 공연되는 「단군이야기」에서는 인형을 손에 끼고 조종하는 배우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해 인형극의 원리를 어린이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개관 이후 처음 인형극을 공연하는 하늘땅 소극장은 앞으로 인형극을 전문으로 올릴 예정이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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