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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 희석… 미 직접상대 전략/미,북 잇단 돌출행동 어떻게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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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 희석… 미 직접상대 전략/미,북 잇단 돌출행동 어떻게보나

입력
199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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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위서 철수·평화협정 제의/3단계회담서 현안 일괄타결 속셈/평화공세 이면 정치적 의도 경계 미국정부는 최근 북한의 군사정전위 철수통보와 북미 평화협정체결 제안에대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미국무부의 공식논평은 북한의 군사정전위 무용론을 원론적으로 일축하는 한편 왜 북한이 이 시점에서 그런 입장을 취하는지 얼른 납득이 안간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처음이 아닌 북한의 이같은 주장을 과거와 같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기보다는 이를테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쪽에서도 나름대로 숙고해 보겠다는 여운을 깔고 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정부로서는 북한의 정전위 철수와 평화협정제의 모두가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을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임을 잘 알고 있다. 요컨대 북한이 평화협정 제의자체를 북미 관계개선의 이해와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고 본다면 북핵과 관련해 대화국면을 유지하려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제의를 거부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평화협정은 적대관계에 있던 국가가 외교관계를 정상화시킨 연후에 이른바 「평화 우호 협정」이란 이름으로 체결한 경우가 있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72년 국교수립이후 4년만인 76년에 평화협정을 맺었고 일본과 중국도 78년에 같은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일본과 소련은 국교수립에도 불구, 북방영토 문제로 인해 지금까지 평화협정을 맺지 않고 있는데서 볼 수 있듯이 외교관계가 정상화됐다고 해서 모두 평화협정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따라서 북한의 제의나 움직임에 대해 일일이 왈가왈부하기보다는 그들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대화전략을 수립하는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선 북한의 정전위 철수와 평화협정제의가 핵사찰재개라는 당면현안이 미결상태로 있는 상황에서 불쑥 나왔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핵문제논의에 이목이 쏠려 있는 터에 관심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고 보면서 핵이슈를 장기화하려는 속셈이 어느 정도 내재돼 있다고 미국은 분석하는 것 같다. 또한 최근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대외전략이 한결같이 평화공세의 모양을 띠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일성주석이 직접 공개적으로 나서 대화를 강조하며 「미국에서의 낚시」를 소망하는가 하면 「서울 불바다」를 입에 담은 관리를 문책하는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선보인 뒤 이번 제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방세계는 지금까지 북한이 강경자세를 보일 때보다 평화적으로 나올 때 오히려 더욱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워 왔다. 60년대초의 청와대 기습이 그랬고 랑군테러사태나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이 터지기 직전에도 북한의 대외적 접근자세는 눈에 뛰게 유화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렇듯 평화공세의 이면에 정책은폐의 의도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정책적 목표가 매우 확고하다는 미국의 정보판단은 아직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미국무부의 셸리 부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북한의 정전위 무효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남북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새삼 강조했다.「북미간 문제」라는 북한의 시각을 「남북간 문제」라는 시각으로 원위치시키려는 것이 미국의 자세이다. 아울러 지난 53년 유엔과 북한간의 휴전협정에 따라 구성된 군사정전위(MAC)가 무효라는 북한의 주장은 유엔이란 매개적 대화상대 대신 미국과의 직접대화만 인정하겠다는 뜻의 간접표현인 것으로 미국은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미국은 핵협상의 와중에서 북한이 북미의 양자문제로 국한시켜, 그것도 일괄타결의 모양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늠하면서 북한에 제시할 당근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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