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분할경영체제 가속화될듯/당분간 정세영회장이 그룹총괄 현대그룹이「포스트 정」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3일 정주영명예회장의 경영일선 은퇴선언으로 현대그룹은 「정주영없는 현대」란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포스트 정」시대의 「현대호」는 어떤 모습일지, 누가 이끌게 될지, 어느 방향으로 키를 잡게 될지에 쏠리고 있다. 정명예회장의 은퇴선언이 당장 현대그룹전체를 뒤바꿔 놓을 리는 없겠지만 정명예회장의 후계구도였던 「2세분할경영체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물론 당분간은 정세영회장의 그룹통할체제가 유지되고 주요사안에 대한 정명예회장의 「자문과 조언」도 계속될 것이지만 그룹계열사의 2세분가, 나아가 장기적인 그룹해체작업도 훨씬 앞당겨질 전망이다.
정명예회장은 이미 지난해 금강개발과 현대쇼핑 현대산업서비스 등 8개 자회사의 분리·축소를 통한 「현대그룹의 조속해체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발표가 대선이후 관계가 불편해진 정부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인지 아니면 창업 2세대를 맞은 현대를 개혁시키려는 「신경영의 의지」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었지만 일단 2세분할경영체제의 기틀은 다져진 셈이다.
현재 현대그룹계열사의 경영권분포를 보면 우선 그룹총수격인 정세영회장이 간판회사인 현대자동차를 맡고 있다. 차남(맏형의 작고로 사실상 장남)인 몽구씨는 현대정공과 현대강관 현대자동차써비스 현대산업개발 현대중장비산업 및 인철제철 등 가장 많은 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3남인 몽근씨는 지난해 현대로부터 분리된 금강개발산업그룹의 총수가 됐으며 몽헌씨(5남)는 현대전자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알렌브래들리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정명예회장의 여섯째 아들이자 국회의원인 몽준씨는 현대중공업의 고문직을 맡고 있으면서 사실상 경영을 지휘하고 있으며 현대경제사회연구원도 맡고 있다. 7남인 몽윤씨는 현대해상화재보험, 8남인 몽일씨는 국제종합금융의 대주주다.
분가를 공식선언했던 금강개발산업(몽근씨 소유)과 현대해상화재보험(몽윤씨 소유)을 제외하면 「포스트 정」의 현대는 결국 정세영회장과 몽구·몽헌·몽준씨 등 4명의 숙질간 구도로 짜여진 셈이다. 현대의 내로라하는 간판기업들은 모두 이들 4명의 소유로 돼 있다. 현대측은 『이 후계구도가 정명예회장의 뜻이자 향후 현대의 모습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는 정세영회장의 몫으로 기정사실화 돼 있지만 워낙 현대의 간판기업이라 눈독을 들이는 쪽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룹의 모기업격인 현대건설의 경우 일단 이 회사에서 출발했던 몽헌씨의 「기득권」이 인정되고 있지만 건설에 대한 정명예회장의 애착이 남달라 최종적인 후계자 낙점까지는 상당한 논란과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물론 일부에선 『소유권의 세습일뿐 그룹해체는 아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대측은 『주식을 몽땅 팔아 국민기업으로 만들수는 없지 않느냐. 분가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명예회장의 은퇴선언으로 현대는 짜여진 구도에 따라 2세분할경영이 가속화되겠지만 그 속도와 폭,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계열사정리 등 복잡한 문제는 결국 정명예회장만이 풀 수 있을 것같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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