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 비행훈련」등은 계산된 정치적 공세/“정전위 철수”도 대미 「평화협정」 이용속셈 김영삼대통령이 2일 상오 청와대에서 개각후 처음으로 가진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멤버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는 북한핵문제 해결방안과 함께 최근 북한의 군사동향이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물론 간담회의 결론은 정부가 그동안 거듭 밝혀온대로 『북한의 도발징후는 없다』는 것이었다. 김대통령은 최근 들어서도 『한반도 전쟁위기론은 페리 미국방장관도 말한 것처럼 미국의 일부 언론이 과장보도한 영향 때문』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북한이 교묘한 심리전등의 「어떤 목적」을 가지고 특이한 군사동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안보문제에 관한한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된다는게 이날 김대통령의 지시요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날 보고된 최근 북한의 특이한 군사동향은 대략 몇가지로 요약된다.
북한은 지난 28일 외교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미국측에 직접 제의했다. 북한은 이어 29일 「김정일의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군사정전위 비서장이 미국측 비서장에게 『한국군 장교를 배제하고 미군대표로서 만나자』고 제의, 미국측이 이를 거부하자 북한측 정전위 인원을 철수시켰다. 북한은 또 『중립국감독위의 폴란드 대표도 철수시키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이어 통상 매주 판문점주둔 경비병 1개소대를 교체하는 금요일인 29일 하오 교체 경비병들을 개인소총으로 무장시켜 출현시켰다.
우리측 관계자들에 의하면 경비병은 통상 비무장으로 돼 있다. 북한은 또 지난 30일 공군훈련을 휴전선 5분거리까지 접근하며 감행했다. 북한의 이같은 군사동향에 대해 이날 조찬에 참석했던 정부 고위관계자는 『그들이 주장해온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를 위해 군사정전위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의도가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북한은 현재 휴전협정의 무효를 선언하지도 않았고 휴전협정을 준수할 뜻을 밝히고 있으며 판문점에 설치된 양측간의 핫라인도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북한의 최근 동향은 미국과의 3단계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평화협정 체결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위한 정치심리전의 일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군사당국자는 북한공군이 지난 30일 휴전선 인접까지 비행훈련을 한 사실과 관련, 북한공군의 훈련이 최근 특이하게 증가한 것은 아니며 다만 휴전선 가까이까지 남하비행을 해 왔기 때문에 우리 공군이 자동적으로 발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우리 정부의 판단은 북한이 현재 고도의 정치심리전을 펴고 있으며 도발태세를 갖춘 것은 아니라는데 모아진다. 북한은 지금 핵문제를 가지고 세계를 상대로 신경전을 벌이면서 세계의 이목을 돌리기 위해 다시 「평화협정」 공세를 시작하고 있다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이는 우리를 철저히 배제한채 미국과의 회담에서 일거에 모든 것을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
김대통령이 조찬에서 「확고한 원칙」 「기민한 대응」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조찬간담회에서는 정준호 국방차관이 북한의 최근 군사동향을 보고한 외에 한승주 외무장관이 북한 핵문제와 벌목공대책, 김덕 안기부장이 북한의 최근 정치정세를 보고했다. 김대통령도 이날 지시한 것처럼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고 그럴 시점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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