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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극빈 해소 “험한길”(만델라의 남아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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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극빈 해소 “험한길”(만델라의 남아공:하)

입력
199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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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불균형·고실업등 난제많아/기간시설은 좋아 외국투자 기대 대부분의 남아공흑인들은 이나라 최초의 흑인정권이 자신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줄 것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새 정권의 운명도,남아공의 정치·사회적 안정도 「경제대통령」으로서 만델라의 능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만델라는 유세기간 줄곧「5년간 1백만호 주택건설」 「공공사업으로 2백50만명 고용」 「전 국민에 10년간 의무교육실시」등 흑인들의 귀에 솔깃한 선심공약을 쏟아냈다.

 남아공은 4천1백여만인구중 20%가 백인을 중심으로 한 부유기득권층, 나머지는 흑인 극빈층으로 거의 완벽하게 나눠진 극심한 소득불균형의 나라다. 흑인의 수입은 백인의 10분의 1도 못되며 흑인노동력절반이 실업상태다. 흑인의 5분의 3이 거주하는 농촌은 80%가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주택보급은 통계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다. 또 5명중 2명이 문맹이다.

 흑인들은 자신들이 창출해낸 새 정권에게서 최대한의「보답」을 기대한다. 급진파인 범아프리카회의는 백인에게 빼앗긴 토지반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동맹관계를 맺어 온 공산당은 만델라의 개혁프로그램인 「경제재건개발계획」(RDP)에 사회주의 색채를 가미하려하고 있다.

 만델라는 흑인들의 조급한 기대와 폭발적 요구를 다스리면서 백인들로부터는 기득권의 양보를 얻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테크너크랫과 경제계를 장악하고 있는 백인의 동참없는 개혁은 공염불인 현실이 고민이다. 그는 개표가 진행되는 도중『세제개혁으로 외자를 적극 유치해 경제를 재건하겠다』며 『기득권층의 사유재산권을 변동하는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있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재원조달을 위해 미·일·유럽연합(EU)에「만델라펀드」의 발행협력을 요청한 상태다. 미국은 금년분 8천만달러의 원조액을 2배 증액키로 결정했다.

 국제사회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의 폐지에 화답해 91년 10월 경제제재를 푼 이후 합작투자등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의 경제성장을 보인데 이어 올해엔 4%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수년간 인구의 2∼3%에 해당하는 흑인엘리트들이 신흥부유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1인당 개인소득(GNP)은 2천6백70달러로 아프리카에서 가봉 다음이다. 남아공은 다른 아프리카국가에 비해 오랜 백인통치로 도로·통신등 사회기간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매장량이 세계1위인 금 백금 망간 크롬 및 석탄 철등 광물자원과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새 정부가 계획중인 사회간접자본확충등 대대적인 공공사업에 외국기업들은 군침을 삼키고 있다. IBM은 이미 남아공 컴퓨터시장을 독점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대남아공의 교역규모는 미국이 단연 1위며 독일과 일본 영국이 그뒤를 잇고 대만이 7위, 홍콩이 9위를 기록했다.

 남아공의 새 출발과 함께 남아공과 한국간의 경제관계도 활성화될 전망이다.특히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진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92년 12월 남아공과 외교관계를 맺고 93년 3월 대사관을 개설했다. 남아공과 북한은 아직 미수교상태다.

 지난해 한국과 남아공간의 교역량은 8억달러, 한국은 섬유·전기전자등 2억7천만달러를 수출했고 석탄 알루미늄등 주로 원자재를 5억3천만달러어치 수입했다. 이같은 교역규모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의 새 정권은 흑인생활개선을 위한 사회하부구조건설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흑인들의 소비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여 시장잠재력이 매우 높다.

 현재 남아공에는 한국의 무역상사와 자동차업체등 8개사가 진출해 있는데 앞으로는 단순상품수출외에 현지에서의 조립생산등을 통한 적극적인 시장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발전잠재력을 갖춘 남아공을 아프리카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야한다는 게 현지 한국대사관과 한국업체들의 지적이다.【요하네스버그=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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