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정부요구 총선도 거부극우백인/제도권이탈 흑흑충돌 소지줄루족 새로 출범하는 남아공 만델라정권의 최대과제는 지난 3백50년간 역사에 점철돼온 흑·백, 흑·흑간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다. 이번 총선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백인통치에서 흑인통치로의 권력이동이 아니라 남아공 인종갈등의 뿌리인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정책)의 종식이다. 그러나 아파르트헤이트의 종식은 단순한 제도의 개혁이 아니라 인종간의 진정한 화해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다.
핍박받고 억압당했던 흑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더 큰 빵을 주기 위해서라도 인종간의 화해는 절실하다.정치·사회적 안정없이 경제적 발전을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인종간 화해문제야말로 만델라정권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할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시대의 제1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남아공정국을 위협하는 최대의 불안요인은 백인극우세력과 콰줄루 및 나탈주의 줄루족들의 향배다.이중 백인자치정부「볼크스타트」의 수립을 요구하며 총선에 불참한 아프리카너저항운동(AWB)을 정점으로 한 백인극우세력들의 저항은 가장 격렬할 것으로 보인다. AWB는 남아공 4천만인구중 5백만인 백인의 15%를 구성하는 네덜란드계가 주축인 신나치주의 단체. 이들은 총선 바로 전날까지 폭탄테러를 감행하는등 흑백간 대립을 격화시켜 왔으며 향후 정국에서도 자신들의 목표인 백인들만의 자치정부의 관철를 위해 과격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여 남아공의 앞날에 암영을 드리우고있다.
AWB는 총선전 보푸타츠와나에서 흑인자치주가 붕괴됐을 당시 5천명의 민병대를 동원해 무력개입을 꾀할 정도로 잠재적 무장력을 가지고 있어 만델라정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줄루족을 기반으로 한 인카타자유당(IFP)의 향배도 정국불안의 주요 변수다. 총선거부투쟁을 벌여 오다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참여로 선회한 IFP는 벌써부터 선거결과에 불만을 품고 있어 제도권을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여기에다 총선참여 계기가 된 주요정파간의 3자 합의사항인 콰줄루 자치주 인정과 줄루왕 굿윌 즈웰리티니의 상징적 지위보장등이 원만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폭력노선으로 돌아설 수도있다. IFP는 현재도 콰줄루자치주의 밀림에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군사훈련소를 세우고 줄루족 전사들을 양성하고 있을 뿐아니라 총선전 흑·흑간 유혈충돌의 당사자여서 이들이 제도권을 이탈한다면 남아공은 새로운 혼란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밖에 민주정치 경험이 전무한 국가에 27개의 정당이 난립하고 있다는 점도 신정부의 국정여론수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만델라로서는 우선 다수 백인의 지지를 받고 있는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대통령의 국민당과 함께 거국내각을 구성,계층간 화해와 협력을 통한 국가재건에 힘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델라는 30일 미CNN과의 회견에서 『세제개혁을 통해 외자를 적극유치,국가재건의 기초를 닦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백인의 사유재산을 국유화하는 급진정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만델라는 또 이번 역사적 총선의 실현에 국내기업인들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평가하면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개혁프로그램이랄 수 있는 「재건·개발 5개년계획」의 사회주의 조항들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당초의 공약보다 백인기득권층의 반발소지가 적은 온건개혁을 통해 백인세력을 추스르면서 비제도권의 과격세력을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만델라정부가 이같은 문제를 얼마나 조화롭게 수습할 수 있을지, 또 민주주의의 경험이 전무한 흑인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자제하면서 새 정부에 얼마만큼의 힘을 실어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인종화합문제가 만델라정부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는 점이다.【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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