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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밝은면 비추는 유쾌한 지면/장익진(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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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밝은면 비추는 유쾌한 지면/장익진(나의 지면평)

입력
1994.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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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린이 키우는 LA 흑인기사 “감동”/긍정적 가치관 심을 미담발굴 더노력을 신문내용을 살펴보면 부정적이고 갈등적인 기사가 대부분이다. 잘못된 점을 밝혀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신문의 일차적인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사들만 읽다보면 가끔은 답답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반면 어쩌다 훈훈한 미담기사를 보게 되면 유쾌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한국일보 4월27일자 사회면에는 버려진 한국아이를 거두어 키우고 있는 흑인 노인의 기사가 실렸다. 한국인과 흑인의 갈등이 심한 로스앤젤레스가 미담의 장소였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흑인인 리언 그레이브스씨는 이웃집에 버려진 갓난 한국아이를 데려다 81년부터 지금까지 보살펴 왔다. 넉넉하지 못했던 그 흑인노인은 최근 직장까지 잃어 더 어렵게 살고 있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인교포들이 아이의 장학금과 양육비를 모아 보내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우리사회에서 자식이란 집안을 이어가야 하고 나이든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자식을 데려다 키운다는 것은 예사스런 일이 아니다. 더욱이 피부색이 다른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자식에게 대물림을 한다거나 노후를 의지한다는 의식이 우리보다 약하기 때문에 양자를 키우는 일도 비교적 쉽게 생각하는 편이다. 따라서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는 어쩌면 미국에선 흔한 일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대단한 감동을 준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아들을 외국으로 입양보내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미국 흑인노인의 이야기 같은 미담들이 언론에 자주 보도돼야 우리도 진지한 자기성찰을 통해 자체입양등의 방법으로 고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언론을 통해 사회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의 내용은 독자들의 사회인식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폭력성이 강한 텔레비전드라마를 자주 보게 되면 사람들은 우리사회를 실제보다 훨씬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로 인식하게 된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이고 갈등적인 내용만 부각시키다 보면 우리사회 전체가 부정적이고 갈등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 쉽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가치를 지닌 뉴스를 취재 보도함으로써 우리사회의 가치관을 보다 긍정적이고 밝은 쪽으로 키워가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한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도 더불어 살아갈 만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읽고 기분좋은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취재해서 많이 실어 주었으면 한다.<부산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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