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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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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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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남쪽나라에 가고 싶다』―한겨울 동토의 북한을 탈출한 김만철씨는 절규하듯 이런 말을 던졌다. 그렇다, 따뜻한 남쪽 나라는 사람이 살만한 곳을 뜻한다. 1987년 정월, 북한의 청진항을 몰래 빠져나온 50톤짜리 철선엔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일가족이 타고 있었다. 남으로 향한 이 배는 며칠안에 일본순시선에 의해 발견되어 곧 미쿠니항에 예인되었다. ◆북한탈출은 여기서 일단 성공을 한셈이다. 한가족은 망명을 요청했다. 과연 어디로 보내고 어느 나라에 보내질 것인가. 우리 국민의 관심은 온통 여기에 쏠렸다. 일가가 살데는 당연히 대한민국 곧 따뜻한 남쪽나라가 아닌가. 그러나 상황은 쉽지가 않았다. 일본에서 조총련의 협박과 신변위협이 가중되기만 했다. 그들은 결국 대만을 경유지로 서울에 왔다. 대탈출의 드라마였다. ◆북한의 현실이 아무래도 심상찮은 예감이 든다. 러시아에선 벌목공의 탈출, 중국에선 북한주민의 탈출이 계속 번지고 있는것 같다. 이런 북한주민들은 남한으로 빠져나갈 기회만 엿보며 집시처럼 떠돌아 다닌다고 한다. 그 고난의 여로가 어떨지 짐작이 가고 남는다. 천신만고 끝에 운 좋은 사람들은 탈출하고야 만다. 그래서 귀순자가 잇닿는다. ◆김만철씨 이후 두번째로 북한의 일가족이 동남아를 거쳐 또 서울에 귀순했다. 부부와 자녀5명이 한꺼번에 움직였다는 사실이 다시금 놀랍기만 하다. 앞으로 이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조금씩이나마 상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증언을 한귀로 흘리지 말고 주의 깊게 들어둘 필요가 있다. ◆지금 북한의 체제와 통치기온은 과연 몇도나 되는 것일까. 이 화사한 계절이 그 땅에선 겨울같은가. 따뜻한 나라에서 우선 탈출가족을 따뜻이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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