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불의의 사고로 타계한 포항공대 김호길총장(62)은 우리나라 교육계의 큰 별이었다. 김총장은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86년 세워진 포항공대를 7년만에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MIT」로 만드는 데 견인차역할을 했다. 올입시부터 서울대와 입시일을 차별화할만큼 교육철학이 남달랐던 김총장은 『획일적이고 대중적인 대학교육이 인재를 망친다』며 첨단 과학기술분야의 인재양성과 대학교육 전문화에 진력해왔다.
경북 안동태생인 김총장은 56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64년 영국 버밍엄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은뒤 한국원자력연구소와 미 로렌스버클리연구소 연구원으로 물리학연구에 업적을 쌓았다.
85년엔 국내 과학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상을 수상했고 지난해까지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정책자문회의위원을 거쳐 지난3월부터는 정부의 국제화추진위원회위원으로 일해왔다.
88년 포항공대에 1천3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방사광가속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을때 국내 과학계와 대다수 대학인들은 필요성과 사업성공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방사광가속기는 올연말이면 시험가동에 들어가 각종 빛을 양산하게된다. 효자로도 소문난 김총장의 빈소에는 부친 김롱대옹(88)을 비롯한 유가족들이 망연자실해있다. 김총장은 연구논문 30여편과 수상집 「자연법칙은 신도 바꿀수 없지요」를 남겼다.【포항=김호섭기자】
◎서울대물리학과 동문들/빈소서 “눈물의 동창회”
김호길 포항공대총장의 빈소는 눈물의 서울대 동창회장이 돼버렸다. 서울대 물리학과 대구 경북지역 동문 1백여명은 이날 하오 4시 포항공대에서 94년 총동창회를 열기로 했다가 고인이 된 김총장을 만나야 했다.
이들은 졸지에 빈소로 바뀌어 버린 「동창회자리」에서 언제나 젊었던 김총장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듯 영정을 쓰다듬으며 하염없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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