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덕내각이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 힘겹게 출발했다. 우여곡절이란 이총리가 통치권과 총리권한간의 마찰로 물러난 전임자의 후임이고 문민정부 출범후 1년2개월만에 3번째 총리이며 임명동의안을 놓고 국회가 1주간이나 공전끝에 여당 단독으로 가결한것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국민들도 무겁고 착잡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같은 국민의 마음을 풀고 뚫는 일은 새총리―새내각이 맡아 처리해야 할 짐임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내각이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명분 아래 이홍구통일담당부총리만을 보임하면서 내각에 대해 지속적인 개혁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각별히 당부했고 이총리는 취임사에서 내각은 「화합속의 개혁을 추진」할뜻을 밝혔다.
이내각이 해결해야할 현안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흔들리는 민심수습, 물가안정을 통한 경제발전, 북핵등 대북정책, 농어촌발전과 우루과이라운드협정의 국회비준, 국가경쟁력강화, 국가기강확립, 사회안정, 교육개혁등 모두가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들이다. 이와 함께 관―공직풍토와 사회 전반에 개혁을 저해하는 갖가지 병, 즉 적당주의, 형식주의, 성과주의, 보신주의, 부처와 지역및 분야별 이기주의가 만연되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다. 이때문에 대통령이 개혁과 경쟁력 강화를 소리높이 외쳐도 관이 적극나서기를 꺼리고 국민들은 정부의 잦은 시행착오와 흔들리는 시정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문민정부―새내각은 비상한 각오로 국정운영에 있어 분위기를 일신하는 새로운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먼저 이총리는 헌법과 정부조직법상의 총리권한과 소임을 충실하고 적극적으로 다하는게 중요하다. 총리 위상이 과거처럼 지당스타일과 의례적기능으로 되돌아가게 되면 국민의 사시속에 내각이 흔들리게 된다.
다음 각료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책임을 주어 청와대만 쳐다 보지않고 민의를 바탕으로 소신있게 일하도록해야 한다. 아울러 잠시 국민의 관심을 끌려고 사태를 형식적으로 수습하려는 소위 국면전환용행정 역시 철저히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 그동안 북핵대응과 북한벌목공문제에서 극명하게 보여준 「이랬다 저랬다」하는 조령막개식의 시행착오 역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특히 새내각은 국민들이 시정에 대해 회의와 불신을 갖지 않도록 하는게 시급하다. 문민정부는 출범초 행정의 공정성과 공개주의, 그리고 성역없는 비리척결을 강조해 왔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영덕내각의 선결과제는 민심을 수습하고 움직이게하는 한편, 가라앉은 공직풍토에 새바람을 넣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대발표」나 깜짝쇼식의 결정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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