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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의 암흑기(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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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의 암흑기(1000자 춘추)

입력
1994.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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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화단은 급격한 속도로 암흑기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의 화단도 포스트 모더니즘의 대두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낙서에 지나지 않는 그림을 갖고 주류행세를 함으로써 화단 질서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오늘의 화단이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은 미술의 기법이 추상화된 후, 그 표준이 애매하게 된 것이 원인이라 하겠다. 

 문화사의 변천을 보면 어느 시대 또는 어느 개인이고 간에 기능이 뜻(의욕)에 미치지 못하는 시기를 요람기라 하며 기능과 뜻이 밸런스를 이루는 시기를 고전기, 그리고 뜻보다 기능이 앞서가는 시기를 난숙기라고 한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매너리즘에 빠진 시기이다.

 그후는 자칫 잘못하면 암흑기에 빠지게 된다. 오늘의 우리 화단같이 좋은 작가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안이한 수법으로 장난치듯 하는 작가들이 집단으로 판을 치고 있는 것이 곧 암흑기인 것이다.

 순수 음악으로 대성하려면 미술의 사실주의 작가와 같이 적어도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필요로 하며, 거기에는 천재적인 재능 또한 따라야 한다.

 그러나 대중가요로 일가를 이루는 데는 특별한 음악의 기본교육 없이도 그가 지닌 재능 그대로를 갖고 데뷔한 그날부터 크게 성공하는 예를 흔히 본다. 그들은 순수음악가 행세를 하지도 않으며 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음악에는 악보라는 객관성을 지닌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만큼 암흑기에 빠져들 염려가 없다. 그런데 미술의 경우 순수미술과 대중미술의 구별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많은 작가들이 문화사관의 결여로 화단의 현시점을 올바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문화행정의 빈곤이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대미술이 지녀야 하는 폭 넓은 기본교육과 절대치를 찾아내는 고도의 현대적 감각 교육이다. 앞으로 종합 예술학교에 미술학교도 신설된다고 하지만, 이러한 교육의 지표 없이는 오히려 암흑기를 더욱 재촉할 뿐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김흥수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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