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관서 외교안보팀 직속선배/부처이견·경험미숙 보완기대/정책 청와대결정 구도아래 역할조정 과제 이홍구전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30일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으로 취임함으로써 새정부 들어서만 「통일정책의 사령탑」이 세번 바뀌었다.
정부의 대북관련부처 관계자들은 이부총리체제의 출범으로 그동안 계속돼온보수―진보의 색깔논쟁이 비로소 종식될 것이라는 데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위기다. 진보적이라고 낙인찍혔던 한완상전부총리에 이어 성향과 배경이 정반대인 「이영덕체제」가 들어섰으나 보수적 성향의 인물이라는 비판이 총리인준과정에까지 따라 다녔다.
이홍구신임부총리에 대해서는 「중도적」 「중도보수」라고 표현하기도 하나 「색깔이 없는 인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홍구외교안보팀은 「실무형」으로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홍구부총리가 좌장역할을 하게될 정부의 외교안보진용을 「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한승주외무장관 김덕안기부장 정종욱외교안보수석등 현 진용이 경기고, 서울법대, 서울대교수등 학계서열과 정부입문경력으로 모두 이부총리의 직속 후배이기 때문. 교수들이 주로 포진한 외교안보팀에서 통일부총리가 명실상부하게 「주장」역할을 하며 팀워크를 형성할 경우 고질적이던 부처간 이견과 불협화음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있다.
이부총리의 취임으로 현 외교안보팀의 결점으로 지적돼 왔던 「경험미숙」이 보완된다는 측면도 있다. 이부총리는 88년부터 2년여동안 6공화국의 첫 통일원장관을 지내면서 남북한동반자관계를 표방한 7·7선언, 한민족공동체방안, 남북교류협력법제정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이를 토대로 남북고위급회담의 예비접촉이 시작될 수 있었다. 현재 정부의 3단계통일방안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해 사실상 처음으로 통일방안의 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소야대정국이었던 당시 이부총리는 한민족공동체방안의 국회인준을 위해 노태우당시 대통령보다 김영삼·김대중야당 총재, 여당의원보다 야당의원들과 더 많이 만나야 했으며 야권의 의견을 더 크게 반영했다고 최근 회고한 적이 있다. 당시 국회 통일특위위원장은 박관용대통령비서실장 이었다.
그러나 첫 통일원장관 재임시와는 달리 정세가 악화된 현재 그가 다시 대북관계에서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비관하는 관측도 많다.
실질적으로는 청와대에서 주도하면서 형식상으로는 통일원장관이 좌장역할을 하는 현재 대북정책결정구도의 부조화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도 앞으로의 과제중 하나다. 【유승우기자】
◎관직경력 화려 정치학 박사
이부총리는 34년 서울에서 출생, 경기고졸업후 서울대법대 재학중 도미, 에모리대 철학과 졸업후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회창전총리와는 고교동기동창. 63년부터 5년간 에모리대에서 조교수를 지낸뒤 69년부터 서울대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88년 통일원장관과 90년 대통령정치담당특보 91년 주영대사 93년 민주평통수석부의장·월드컵축구 유치위원장·서울21세기위원장을 지내 가장 경력이 화려한 학자로 꼽히고있다. 부인 박한옥여사와 1남2녀.
◎“남북문제 항상 2중구조/대화』대결 한쪽편중 곤란”/이홍구신임부총리 일문일답/“북 핵포기·개발중단 당연”
이홍구신임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은 30일 상오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통일정책은 남북한간의 상황변화에 따라 그 구체적인 정책방향도 유연성있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4년1개월여 만에 통일원장관을 다시 맡게된 소감은.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원래 근무하던 곳으로 되돌아 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대부분 직원들이 과거 통일대열에서 함께 일하던 동지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도움과 힘을 빌려 새 시대에 걸맞는 통일정책을 효율적으로 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대치국면인가 아니면 화해분위기인가.
『남북관계에는 항상 상황의 이중성이 있어 그럴듯한 논리를 펴더라도 모순이 많은 법이다. 대결구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 이중 어느 한쪽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양쪽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는가.
『일주일전쯤 UN국제위원회위원자격으로 내년이면 원폭피해 50주년을 맞는 히로시마를 방문해 그 참상을 되새겨 볼 기회가 있었다. 핵무기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북한도 만약 핵무기를 보유했다면 포기해야할것이고 개발중이라면 중단해야하는것이 당연하다』
―통일정책의 국민적 합의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또 통일문제야말로 여야나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 모두의 지혜를 얻어 슬기롭게 추진해 나가겠다』
―김일성주석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강한 체제를 만들면 만들수록 역사적 변화에 적응하기는 힘든 법이다. 김일성은 그만큼 대단히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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