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운전자가 급격히 늘면서 「대리운전」이라는 말도 낯설지 않게 됐다. 요즘 웬만한 술집에서는 대리운전사를 별도로 고용, 자가운전 손님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대리운전중 일어난 교통사고의 손해배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현행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리운전자가 낸 사고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은 당연히 차주가 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대법원에서 『 사고를 낸 대리운전사가 무면허라는 사실을 차주가 몰랐더라도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있었다.
타인에게 잠시 차를 빌려 주었다가 사고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대리운전은 물론 차를 빌려 준 경우도 차주의 「운행지배나 이익」이 완전히 떠났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보험회사에서 손해배상을 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차주 본인이 배상책임을 모두 질 수 밖에 없다.
도난당한 차가 사고가 났을 때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차주가 그 차량에 대한 「운행의 지배나 이익」을 상실한 경우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그러나 판례에 의하면 차주가 자동차를 떠날 때 제3자가 함부로 운전할 수 있도록 방치했을 경우, 즉 문을 잠그지 않고 시동열쇠를 꽂아 두었거나 키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에 그대로 놓아 두었을 때는 예외적으로 차주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직접 사고를 내지 않았는데도 억울한 책임을 지지않으려면 차량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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