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강화 진력” 내각독려/청와대,막후 정책혼선 조정/여야냉기류 지속… 국조·UR비준 “재격돌 예비” 김영삼대통령은 30일 신임총리와 통일부총리를 임명하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국정쇄신의지를 강력히 표명함으로써 흐트러진 정국의 수습에 착수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여권에 동시다발로 터졌던 악재와 야당의 공세 및 비판여론으로 형성됐던 정국 난기류속을 이제 벗어나기 시작한 셈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1달동안 돌출 악재들로 꼬여버린 정국에 시달리면서 끝내 이회창전총리 경질파문과 그에 따른 야당의 신임총리 인준반대로 유례없는 8일간의 국정공백까지 감내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았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총리경질에 따른 후속인사를 공석중이던 통일부총리만을 보임하는 선에서 마무리함으로써 그동안의 부담요인을 일거에 만회하는 식의 강경처방은 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그동안 청와대가 일관되게『국정이 잠시 흐트러진 상황일뿐 난국은 아니다』고 주장해온 것과 상통한다고도 할 수 있다. 또 개각이 예정돼 있던 시점도 아니었던만큼 총리경질이 문책성격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도 개각폭의 확대를 고려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
김대통령은 보각으로 인사를 매듭지은 대신 이날 국무회의에서 현내각을 중심으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국정을 쇄신하고 국력을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결집해 나갈 뜻을 확고히 했다. 「일상정치」는 당에 일임하고 자신은 국정에 매진하겠다는 올해 초 계획을 다시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정운영은 김대통령이 내각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신임 이영덕총리의 성격이나 위상으로 보아서도 내각의 화합과 팀워크조성에 그 역할이 주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김대통령이 내각을 친정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대통령은 이와 함께 내각에 대해 국정현안에 대한 총력대응체제와 엄정한 기강확립을 주문했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부처이기주의와 부처간 정책조율부재등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다. 김대통령은 특히 정부정책의 혼선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당정간,정부부처간 정책조정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국정을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정부정책의 사전조율이 활발히 이루어지려면 결국 청와대의 조정기능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 국정수행의 보좌기능만을 갖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이 자칫 국정운영의 전면에 부각돼 위험부담을 안는 역효과를 낼 우려가 있어 청와대로서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이 내각에 심기일전을 당부하면서 새출발을 당부한 것과는 별개로 여야관계를 포함한 정국전반이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는 없다. 총리임명동의안 단독처리등으로 조성된 정국의 냉각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상무대 정치자금 의혹 국정조사문제부터가 또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모른다. 여권은 야당의 내부정리가 이뤄지고 여야간 냉각상태가 풀리기를 기다린다는 입장이지만 이번에 쌓인 앙금이 김대통령의 정국운영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권은 당장 UR비준국회를 언제 열어야 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권은 어차피 내부문제를 안고 있는 야당이 내년도 지자제 선거를 의식, 그때까지 간단없는 공세를 펼것이고 따라서 정국상황이 결코 평탄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듯 하다. 그렇지만 정국운영의 상대인 야당과의 관계가 현상태대로 유지되면 그 부담이 여권으로 되돌아 올게 뻔하다. 김대통령의 정국수습 수순에는 그동안 문제점이 노출된 여권내부전열정비 못지않게 이같은 숙제를 풀어가는 방안도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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