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한뜻으로 국정에 혼신”/총리실,여론신경 홍보걱정도 ○…김영삼대통령은 30일 상오 11시부터 9분동안 이회창전총리 경질후 8일간의 국정공백을 마감하는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김대통령은 11시 정각 신임 이영덕총리와 함께 세종실에 입장, 자리에 앉자 이총리에게 먼저 인사를 권했고 이총리는 『국정수행에 혼신을 다할 것』이라며 『한마음이 돼 일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국무회의전 이총리가 제출한 국무위원 일괄사표를 반려했음을 밝힌 뒤 준비한 「당부의 말」을 6분동안 낭독했다. 김대통령은 『충남 예산의 사과단지에 갔을 때 「사과를 딸 때에는 사과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손톱까지 짧게 깎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말로 국무위원들에게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회의후 국무위원석을 돌며 전국무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본관 계단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이총리와 같은 차에 동승, 녹지원으로 이동해 정원을 거닐며 국정운영방향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고 다시 상춘재로 가 녹차를 들며 환담. 이 자리에서 이총리가 『일을 많이 하시는데 하오에는 좀 쉬시기도 해야 한다』고 권고하자 김대통령은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총리는 김대통령과의 대화내용에 대해 『좋은 오리엔테이션 기회였다』고 소개했다.
○…김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상오 8시 30분 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서재로 자리를 옮겨 통일부총리 후임인선을 협의했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총리에게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했고 이총리는 『대통령께서 더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경제가 제일 중요한데 이제 살아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살아나면 우리의 미래가 탄탄대로로 가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또 물가안정이 중요한데 물가관리를 충분히 해 목표대로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라고 국정현안과 과제를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상오 10시 30분 신임 이홍구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총리, 이부총리와 차를 함께 마시며 환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총리가 국무위원 일괄사표를 제출하자 『법적으로 이렇게 해야 하는 모양인데 필요없으니 반려한다』며 되돌려 주었다. 김대통령은 이어 『내가 언젠가 이부총리와 함께 일할 때가 올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바로 오늘 그 때가 왔다』고 반가움을 표시했고 이총리는 『그 자리가 만만치 않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에 이부총리가 『평통부의장을 맡고 있었는데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월드컵추진위원장은 인간관계가 많이 좌우돼 걱정』이라고 하자 김대통령은 『월드컵추진위원장도 이부총리가 적임인데 국가일이 더 시급하니까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위로했다.
○…8일간의 공백끝에 새 총리를 맞이한 총리실 직원들은 총리 취임식이 있은 30일 취임식·기자간담회등을 준비하며 오래간만에 활기찬 모습이었다.
총리실은 특히 그동안 새 총리 취임후 있을 내부인사 향방에 전전긍긍해 왔는데 이영덕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비서·행조실장의 향후거취와 관련, 『이렇게 든든한 사람을 어떻게 바꾸느냐』며 유임할 뜻을 강하게 비치자 간부들은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총리실직원들은 총리실의 위상격하 및 이신임총리에 대한 탐탁치 못한 일반 여론을 의식한듯 『앞으로 홍보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같다』며 근심하기도했다.【최규식기자】
◎이총리 일문일답/“「보수」아닌 현실적 합리주의자로 봐 달라”
이영덕신임총리는 30일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화합으로 이뤄내지못할 일은 하나도 없다』며 『화합속의 개혁으로 내각을 강력히 통할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소감은.
『정부가 일을 잘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화합이 중요하다. 앞으로 각부처와 청와대 참모진등 정책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물론 정부외의 지혜있는 분들과도 화합해 일을 할 것이다.
보수라는 것은 변화와 개혁을 회피하고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보수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북관계에서도 나를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적 합리주의자로 봐 달라. 앞으로 총리로서의 국정수행 목표는 뚜렷하다. 깨끗한 정부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회창전총리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때문에 사퇴했는데.
『대통령이 만든 기구다. 총리인 나는 앞으로 간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전총리가 이 회의 때문에 사퇴케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총리권한이 약해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기우일 뿐이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총리의 화합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화합이 안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누구와도 화합할 수 있다』
―총리 인준을 놓고 국회에서 큰 진통이 있었는데.
『갈등을 해결하는데는 언제나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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