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전직과 현직 미대통령이 나란히 참석한 닉슨 전대통령의 영결식장면은 우리에게도 퍽 인상적이었다. 미군TV로 국내에도 중계된 닉슨생가 기념도서관 마당에서의 영결식은 퍽 조촐하면서도 영욕의 세월을 특유의 인내와 경륜으로 극복해낸 한 거인의 일생을 되돌아 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클린턴과 키신저의 조사는 물론이려니와 미언론들이 앞다퉈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인한 치욕적 하야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후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음을 스스로가 실증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21년전 사임권고사설을 썼던 타임지는 그에 관한 56번째의 커버 스토리에서 「패배 속의 승리자」라는 표제를 걸고 닉슨의 10번째 저서 「평화를 넘어서」를 독점 소개하기도 했다. ◆뉴스위크지가 「3등2낙의 닉슨」이라는 표제로 그의 생애를 조명한 것이라든지 『죽음이나 패배는 결코 끝이 아니라 언제나 시작』이라 했던 20년전 닉슨의 사임사구절이 새삼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타계하기 불과 며칠전 탈고했다는 마지막 저서를 통해 클린턴에게 세계 속의 미국지도력 행사를 낭비하지말 것을 충고했음도 아울러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미국사회는 지금 절망을 극복해 낸 닉슨의 생애조명을 통해 스스로의 각오와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것만 같아 보여 퍽 시사적이다. 어느 사회이건 남다른 경륜은 언제나 평가받게 마련이고, 한 시대를 이끌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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