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화학실 사찰로 「재사찰」 대체/미도 「실질적효과」… 긍정반응보여 미국과 북한이 29일 2개월여의「대화단절 상태」에서 벗어나 북·미3단계회담을 위한 뉴욕실무접촉을 개시했다. 미국의 세무어 국무부비핵담당부과장과 북한의 한성열 유엔대표부참사관사이에 이뤄진 이날 접촉은 미국측의 제의에 의해 미국이 북한의 「최근 변화」에 대한 답신을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외무부 당국자는 『이번 접촉에서는 지난 2월25일 북·미간의 합의사항인 4개항 일괄타결에 대한 확인과 새로운 상황변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전달이 있었다』면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재사찰을 수용한다면 언제라도 북·미3단계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 한미간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이번 회담에서 북·미간에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한 것은 아니지만 3단계회담을 위한 출발은 될 수 있다』고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이같은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것은 북한의 「최근 변화」가 대화를 통한 합의쪽으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특히 재사찰 실시를 위한 북·IAEA간의 협의가 「북한의 명분을 살려주면서 실질적인 재사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1일 IAEA측에 서한을 보내 『녕변 원자로의 핵연료봉 교체에 IAEA사찰팀이 입회, 참관해달라』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IAEA측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단순한 연료봉 교체의 입회가 아니라 연료봉의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28일 IAEA의 「역제의」에 대해 『연료봉의 샘플채취는 불가능하지만 방사화학실험실의 사찰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다.
또 이에 앞서 지난 20일 북한의 강석주외교부부부장은 미국의 갈루치차관보 앞으로 서한을 보내 이같은 사실을 사전 통보겸 협의를 했었다. 하루 전날인 19일에는 우리정부가 선특사교환이라는 3단계회담의 전제조건을 스스로 철회함으로써 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한 바 있다. 29일 개최된 북·미뉴욕접촉은 북한의 강부부장의 제의에 대한 미국의 입장표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회의에서 미국측은 북한의 제의를 『고무적인 측면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고 북한이 주장하는 핵연료봉 교체 입회가 실질적인 재사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방안에 대한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IAEA사찰팀이 연료봉 교체에 입회하는 기회에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실질적인 사찰을 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방사화학실험실은 지난 3월 IAEA의 사찰때 「글러브 박스」와「감마선 지도 작성」을 북한이 거부함으로써 IAEA로부터 「불완전한 사찰」의 판정을 받게 한 핵심시설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곳의 사찰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대목은 유엔이 요구하는 IAEA의 「재사찰」문제를 포괄적으로 협의할수 있는 틀이 마련됐으며 북·IAEA와의 협상과는 별도로 이번의 북·미실무접촉을 가능하게 한 북의 자세변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미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재사찰 실시」대신 「연료봉교체 입회와 방사화학실험실 사찰」쪽으로 초점을 맞춰가는데 대해 『이는 한미간에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친것』이라는 표현으로 수긍의 뜻을 보이고 있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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