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파동」속에 한 주일을 넘기며 「백성의 입 막기는 강물 막기 보다 어렵다」는 옛말을 다시 실감 했다. 올들어 내내 내。으로 헛되이 국력을 소진하고 국정을 공백시키는 정국을 온나라가 곱잖은 눈으로 바라보며 안타까워했고 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단이 됐다는 총리실과 청와대 상도동계 가신간의 알력관계 그리고 가신측에 승리의 손이 들려지며 결과가 총리의 퇴임으로 나타 났다는 듣기 민망한 파동의 전말도 쉬 지워지지 않는채 계속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렸다. 사실, 역사를 보면 어느 정권이든 창출 과정에는 유능한 가신그룹의 강력한 뒷받침이 반드시 있었다. 그러나 이와함께 정권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가기 위해 신의있고 지혜로운 인재의 등용과 활용도 필수적이었음은 또한 사실이다.
삼국지의 촉나라에서 비근한 예를 찾아보자. 촉의 개국군주 유비와 관우·장비는 도원결의한 형제지만 공적으로는 엄연한 군신지간 이었다. 특히 두사람은 시쳇말로 「상도동계」라 할만한 가신중의 가신이었다. 그런데 제2인자로 제갈공명이 끼여 들었다. 공명에게는 위의 조조로 부터도 수하에 두고픈 유혹의 손길이 있었다. 그러나 공명은 한실광복이라는 대의명분 반, 삼고초려까지 해준 도량넓음에 끌리기 반으로 결국 유비캠프에 몸을 던졌다. 당연히 관우·장비와는 긴장국면이 조성됐다. 「연하의 유생」 공명군사의 군령을 어기는등 사사건건 반발했다.
그러나 관우는 공자가 문성인데 비해 무성으로 칭송받는 불세출의 영웅. 장비도 절륜한 무용 못지않게 서화가로도 이름을 날리던 천하에 둘도없는 명장. 어지간한 관우·장비는 대국을 보고 결국 공명에 승복했다. 유비의 용인술도 그만큼 절묘했음은 말할나위 없다. 그리하여 공명은 순충한 재상으로서, 관우·장비는 충용의 숙장으로서 나라의 운명을 나누어 졌음은 널리 아는 바와 같다.
정부는 개각 단행과 함께 내주께 획기적인 국정쇄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백번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국정의 새 판짜기에 앞서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국력의 결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내의 불협화음·부조화가 다시는 없도록 탄탄한 대비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인재를 일류로 발탁해 쓰더라도 일류로 일하도록 서로 융화와 조화를 이뤄 나가게 하지 못한다면 국정운영에 효율을 기할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또 그래야만 「이회창파동」같은 해프닝도 일회성으로 막 내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조성하는 책무는 인사를 통해 실천하든, 조직개편으로 실현하든 대통령 몫임이 확실하다. 인사는 만사다. 그리고 인화는 만화다. 차제에 대통령이 고차원의 통치술을 십분 발휘해 주길 기대해 본다.<통일부장>통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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